'원전비리' 수사 어디까지 가나

'근본원인' 파악은 충분해…NYT 보도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게이트 사정'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전업체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오희택(55)씨는 3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윤영(51)씨와 함께 2009년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인 박영준 전 차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원전 수처리 업체인 한국정수공업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납품을 위한 로비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정부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지적을 받은 영포라인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로비대상으로 지목됐고, 요구 금액이 요구금액이 80억 원이나 됐으며, 실제 10억 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경북 영일, 포항지역 출신 인사를 일컫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 관심사다.

원전업체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오희택(55)씨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고 올해 초까지 재경포항중고등학교 동창회장을 역임했다.

오씨로부터 3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5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윤영(51)씨는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과 총간사를 역임하다가 2006년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이 됐다.

또 새누리당 부대변인을 거쳐 2008년 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상임 자문위원을 맡았고 2009년 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의 상임감사로 위촉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이들은 또 2010년 8월 한국정수공업이 정책자금 642억원을 부당하게 지원받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오씨는 김종신(67)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국정수공업에서 1억3천만원을 받는 데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있다.

당시 독자적인 영향력이 없는 오씨 등이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데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차관의 연루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 전 차관이 직·간접적인 로비를 받았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JS전선의 제어 케이블 등이 신고리 1·2호기 등에 무사히 납품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수력원자력의 송모(48·구속) 부장 윗선은 물론 한수원 상위 기관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전력의 고위직 인사와 전직 장관급 인사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즈

한편 뉴욕 타임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A섹션 6면에 '한국 원자력 폭로 스캔들' 제하의 기사를 통해 원전 건설을 둘러싼 공기업과 공급업체, 검증 업무를 다루는 시험기관 등의 구조적인 비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엄청난 댓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더 큰 문제는 안전에 의문성이 제기된 부품들이 23개 핵발전소 중 13곳에 설치된 것"이라면서 "관계자들의 학연과 지연은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의 사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다양한 산업에서 뇌물이 작용하도록 기름을 치는 관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 간 한국의 원전산업은 핵물질을 다루는 특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유착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부패의 알을 낳는 시스템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임스는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엔 충분하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여러 관련업체들의 유착에 대한 허술한 감독이 문제가 된 반면,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한국은 한국전력공사(KEPCO)의 두 개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Korea Hydro)과 한국전력기술(Kepco E&C)이 맡아 결탁의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원전비리 #영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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