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간 대륙붕 7광구 공동개발을 위한 협정의 이행 문제를 협의하는 국장급 위원회가 약 40년 만에 열린다. 내년 6월 협정 종료를 앞두고 한일 양국이 재협상에 나설 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오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위원회는 지난 1978년 발효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 협정)'의 이행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국장급 협의체다.
우리 측 국별위원인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 일본 측 국별위원인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각각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1985년 일본에서 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던 위원회가 약 40년 만에 가동되는 셈이다.
특히 협정이 내년 6월부터 연장 또는 폐지의 기로에 놓이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0년의 유효 기간이 끝나는 시점(2028년 6월)의 3년 전부터 일방이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 지난 1970년 1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8개의 해저광구로 구분하고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해당하는 수역을 '대륙붕 연장론'에 근거해 7광구로 설정했다.
그러나 일본이 중간선 경계를 주장하며 대립했고, 양국은 1974년 1월 7광구 전체와 인접한 제주 남쪽 해역(4광구·5광구·6-2광구의 일부)을 공동개발구역으로 지정해 함께 개발하는 JDZ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은 미국계 석유회사들이 공동 설립한 코리안아메리칸석유주식회사(KOAM), 텍사코, 한국석유개발공사에 조광권을 부여했고 일본은 일본석유 등 2개 회사에 조광권을 부여해 1987년까지 7개 공구를 공동 탐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1년부터 8년으로 예정된 2차 탐사는 외국계 기업 등의 조광권 반납으로 2년 만에 중단됐다.
2001년 탐사를 재개했지만 그 결과를 놓고 양국이 이견을 보였고, 일본은 2004년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탐사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은 경제성을 따져보려면 탐사가 더 필요하다며 수차례 협정 이행을 촉구했으나 일본은 조광권자 지정조차 하지 않으면서 '시간 끌기'를 해왔다.
문제는 협정 체결 당시에는 대륙이 뻗어 나간 해저로 경계를 따지는 대륙붕 연장론이 널리 인정됐지만, 그 사이 국제법 추세가 바뀌어 중간선(등거리선) 기준이 보편화되면서 7광구와 거리가 가까운 일본에 유리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하는 동중국해 대륙붕 수역이 JDZ와 상당 부분 겹쳐 협정 종료 시 동북아 지역의 해양영토 분쟁으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한일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차관보급 경제협의회를 개최하면서 대륙붕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양측의 시각차가 커 의제화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점들을 염두해 협정 연장을 이끌어 내는 게 목표다. 물론 협정이 종료되더라도 '경계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되며, 이 경우 한쪽에 일방적으로 귀속되거나 개발할 수는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지금의 협정 체제를 연장하면서 협의할지, 종료된 상태에서 협상하느냐의 문제인데, 협상에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되는 만큼 협정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정상 규정된 공식 협의체가 약 40년 만에 개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 "협정 이행과 관련된 기술적·실무적 사항 위주로 논의를 하게 돼 모든 쟁점을 결론 내기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나 우리 정부로서는 국익 수호를 위해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냉철하면서도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