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마는 지난 40년 동안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약 45일 동안 장마가 계속되어 이런저런 피해도 많은 듯합니다. 여름휴가 대목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울상이고, 장맛비로 채소가 피해를 입어 채소 값이 하늘 꼭대기를 치고 있습니다. 마치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 와 있는 듯 한 느낌을 요즘 우리나라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지루한 장맛비 가운데 더욱 우리를 안타깝고 짜증스럽게 한 두 사건이 있습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건과 사설 해병대캠프 사건입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는 지난 달 15일 오후 5시경 노량진 배수지 내 서울시 상수도관 공사장에서 인부 7명이 갑자기 한강에서 유입된 물에 휩쓸려 숨진 사건입니다. 한강의 수위 상승에 따른 강물의 유입 가능성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예측도, 물이 유입되기 전 이런 사고에 대한 경고도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는 지난 달 18일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태안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에 위치한 사설 해병대캠프를 참여하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학생 197명은 90명씩 두 개조로 나누어 보트 훈련을 받았고, 모래사장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도 않은 채 다시 10명씩 줄을 맞춰 뒷걸음으로 바다로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린 것입니다. 200여명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관은 2명이었고, 실종된 학생들을 무단이탈로 처리하였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실종된 시간에 학교 교사들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고, 교관들은 인명구조원 자격도 갖추지 않은 '알바'였다고 합니다.
몇 날 간격으로 이런 끔찍한 인명 사고를 보는 국민들은 분노가 컸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이렇게 천하게 다룰 수 있느냐는 의문과 함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허점들이 너무나 크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을 때의 허탈과 분노를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당사자들이나 감독기관이나 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의 처방만 늘어놓고 다시는 재발되지 않게 하겠다는 입술의 약속만 있기 때문입니다.
신약성경이 전하는 생명은 다른 의미를 가진 두 단어입니다. 자연의 보조를 받아 유지되는 육체적 생명을 '비오스'(bios)라 하고, 영원 전부터 하나님 안에서 형성된 영적 생명을 '조에'(zoe)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이 두 생명을 모두 하나님의 것으로 소중하게 여기셔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조에'를 주시기 위하여 죽음에서 생명으로 약진하셨고, 인간의 '비오스'도 사랑하셔서 고치시고 살리시는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사후약방문'이란 처음부터 이 땅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쁜 말입니다.
샬롬.
2013년 8월 4일
이성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