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비리 대가 치를 것" NYT 보도

미주·중남미
편집부 기자
  ©뉴욕타임즈

뉴욕 타임스가 한국의 원전 비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3일 A섹션 6면에 '한국 원자력 폭로 스캔들' 제하의 기사를 통해 최근 원전 건설을 둘러싼 공기업과 공급업체, 검증 업무를 다루는 시험기관 등의 구조적인 비리를 집중 조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은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재앙을 겪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최근 원전 핵심 설비에 대한 허위 안전검사 비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일본처럼 원전의 안전성을 경시한 '결탁 문화'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으며 최근 수 주 간 공급업체와 시험기관 간의 유착 구조는 마피아에 비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익명의 제보를 통해 시작된 원전 비리 수사에서 시험기관이 엉터리 안전검사를 하고 핵발전소를 설계한 공기업의 일부 임원진은 조잡한 설비들을 승인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타임스는 "더 큰 문제는 안전에 의문성이 제기된 부품들이 23개 핵발전소 중 13곳에 설치된 것"이라면서 "이미 3곳의 원전이 중요 부품의 문제점으로 가동을 멈췄고 지난 10년 간 발급된 12만 개 이상의 시험 성적서에 대한 허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난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찜통더위의 여름에도 전력 소비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푹푹 찌는 도서관을 피해 시원한 인터넷 카페로 향하고 주요 기업들도 에어콘을 끄고 있다고 전했다.

비판론자들은 한국의 원전산업에 많은 경고의 신호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정부는 두 개의 원자로를 일시 폐쇄했다. 공급업자들이 10여년 간 1만개 이상의 부품들에 관한 검사증명서들을 허위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후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문제의 부품들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사고 시 비상 가동 신호를 보내는 제어케이블 등 더 중요한 부품들에 관한 서류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양대 김용수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건 단순한 실수나 태만이 아니다. 우리 원전산업의 면역체계에 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여러 관련업체들의 유착에 대한 허술한 감독이 문제가 된 반면,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한국은 한국전력공사(KEPCO)의 두 개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Korea Hydro)과 한국전력기술(Kepco E&C)이 맡아 결탁의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수 년 간 두 자회사의 임원들은 퇴직 후 공급업체와 시험기관 혹은 투자한 회사에 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스는 "관계자들의 학연과 지연은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의 사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다양한 산업에서 뇌물이 작용하도록 기름을 치는 관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 간 한국의 원전산업은 핵물질을 다루는 특수성으로 인해 이러한 유착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부패의 알을 낳는 시스템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험 증명서만이 아니다. 한수원의 한 임원 집에서 수억원의 현금 상자들이 발견돼 이를 추적한 결과 부품 공급 계약을 따기 위해 관련업체가 수 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6월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은 정경유착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소속 임직원이 공급업체 주식을 사거나 은퇴 후 관련업체에 취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자체 정화 조치를 약속했다. 또한 정부도 두 자회사 최고위층을 경질하고 은퇴자들의 관련 회사 취업을 금지시키는 규제 강화를 약속했다.

일부 비판가들은 보통의 한국인들도 의식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인들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에 눈을 감고 값싼 전기를 마구 써댔다.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비리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