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종생 목사, 이하 NCCK) 여성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 관련 한국교회 긴급 토론회를 19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701호실에서 개최했다.
발제에 앞서 김종생 목사(NCCK 총무)가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연일 뉴스와 매체를 통해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 딥페이크 성법죄 사태를 접하면서 무거운 마음과 책임감이 들었다. 5년 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입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정교한 기술을 덧입고 성착취 범죄가 또다시 드러났다. 이번 딥페이크 사태는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해 대학생, 직장인, 여성군인 등 다양한 층위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탈적인 남성 몇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성을 착취, 소비하는 저급한 성인식의 결과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임에도 여성가족부에서 올해 성인권교육예산비를 전액 삭감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작년 5억 5천 6백만원의 예산도 현장 교육가들이 한참 부족하다고 했는데 올해는 0원이 된 것이다. 이 교육비는 성별 고정관념이나 성폭력, 성차별 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교육비다. 이를 보장하지 못한 채 해를 마감한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며 “문득 한국교회 내 성평등, 성인식교육, 성인권교육의 현주소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이번 사태로 교회 내 가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을텐데, 직접 성도들을 마주하면서 응답해야 하는 교회들과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NCCK 회원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모두가 동등한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평등한 관계를 맺게 하는 다양한 대화와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우리 모두 책임 있게 응답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며 모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회공동체를 함께 이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최순양 박사(이화여댸)가 ‘기독교의 관점에서 바라본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최 박사는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과 ‘가짜’를 의미하는 단어인 페이크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가짜 이미지나 영상물을 뜻한다. 처음에는 유명인의 가짜 인터뷰나 영화속 캐릭터를 재구성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지만, 점차 가짜 뉴스, 허위 정보 유포, 정치적 선동, 범죄적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딥페이크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중이 이러한 정보를 진짜로 믿게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기술은 2017년경부터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AI 알고리즘이 데이터 분석과 학습 능력을 통해 점점 더 정교한 합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을 활용되었지만, 점차 이 기술을 악용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트휴먼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치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고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것처럼 우려하고 두려워하지만 정작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인간이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느냐에 깊게 의존한다. 딥페이크 기술 또한 마찬가지로 그 책임성은 인간에게 달려있다.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인간을 넘어 ‘포스트휴먼시대’(탈인간)가 도래한다고 해도 결국 인간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고 했다.
이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좋은 사례들과 그 악용을 겪어내는 요즘에도 더욱더 다시 돌아와 인간은 어느 정도로 성숙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포스트휴먼시대를 맞이하는 인간의 책임성과 관점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서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중과 관계성을 말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의 질문을 무겁게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가치관 교육을 어느 범위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할 것인지의 문제는 불가능성과 가능성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듯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기술을 통한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의 문제가 주로 청소년이나 20대들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 사건들이 청소년 교육의 문제인지 아니면 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의 문제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독교적 글을 찾아보게 되면서 기독교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책임성과 윤리의식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면서 갖춰야 할 책임 의식과 성품을 교육해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연 자라나는 세대의 ‘성의식’은 건강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더욱 성숙해지기 어렵고 더 퇴보하고 있다면 이런 부분이야말로 교회가 역할을 해야 할 부분이다”고 했다.
최 박사는 “교회에서 ‘성교육’을 한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재 학교나 여타의 교육 기관에서 행해지는 성교육은 말 그대로 나와 다른 사람의 ‘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알리는 데 치중되어있다. 교회에서는 더더욱이 성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교육하면서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건강한 성문화라고 하는 것은 서로가 동등하게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첫째, 상대방의 신체를 폭력적으로 악용하거나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알게 하는 것, 둘째, 아동이나 비인간 존재들(식물, 곤충 등이나 기계적 타자)과 같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존재들을 의사를 묻기 이전에 내 행동이 가학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실제 생활에서 나의 영향을 받는 상대방을 경험하면서 내 행동을 곧바로 결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내 행동이 미칠 결과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이라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최 박사는 “나보다 약한 존재가 나를 제치고 앞서 나가는 것이 보기 싫어 그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게 당연한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절망적이다. 교회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연결망 속의 나를 발견하는 눈을 심어 주어야 한다. 나보다 약한 존재라도 너그러이 존중감을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지혜를 종교 공동체를 통해서라도 경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수연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가 ‘현행 성폭력처벌법의 한계와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전 변호사는 “현재 디지털 성폭력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제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젠더 기반 폭력과 여성 혐오가 드러난 또다른 성폭력 범죄의 양태로 볼 수 있다”며 “매일같이 디지털 성폭력 피해 소식들이 보도될 정도로 범죄는 만연하고 피해자들은 속출하는 상황에서 관련 법제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 양태의 다양성과 참신성을 미처 포섭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자는 존재하나 가해자는 처벌할 수 없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허락 없이 불법으로 사진, 영상을 촬영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해당 영상, 사진을 유포, 판매, 제공을 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받으며 유포 협박·강요를 해도 처벌을 받는다. 또한, 불법 촬영한 영상, 사진을 유포한다고 협박하거나 강요해도 처벌을 받으며 이를 소지하거나 구입, 저장을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서 합성하고 제작하여 유포할 시에도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현행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보면 불법촬영 및 편집물 생성 등의 요건이 되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수정하는 과정 중 해당 조문에서 가벌행위를 규정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목적 중 하나는 피해자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이므로 촬영물이나 편집물의 내용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 같은 감정까지 건드렸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은 ‘성적인’과 같은 중립적 용어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불법촬영’과 ‘불법촬영물의 유포 등’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동일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 촬영물이 한 번 유포된 경우 그 확산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완전한 삭제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삭제지원을 받는 피해자라 하더라도 그 지속감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촬영죄와 유포죄의 불법성이나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유포죄의 형량을 촬영죄보다 높게 조정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3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은 ‘허위영상 편집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다. 또한, 아동청소년보호법 제16조에 ‘피해자등에 대한 강요행위’는 아동 및 청소년 또는 보호자를 상대로 합의를 강요하는 자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다. 아동 청소년에게 성착취물을 이용항 협박 및 강요한 행위에 대하여는 처벌규정이 없다. 이에 성폭력처벌법의 제14조의 2 허위영상 편집물 등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이용한 협박 및 강요를 추가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현재 성폭력처벌범상 불법 촬영, 불법촬영물의 반포 등, 허위영상물의 편집 등 허위영상물의 반포 등은 공소시효가 7년이다. 영리목적으로 촬영물 등 반포한 경우에는 10년, 청소년 성보법상 아동성착취물의 제작 등은 15년, 영리목적으로 성착취물 판매 등은 7년이다. 불법촬영물 제작 자체의 불법성도 크지만, 한 번 유포되면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소시효의 기산점 시기가 문제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전 변호사는 “형서소송법상 시효의 기산점은 범죄행위가 종료할 때부터 진행하는데 유포행위를 알게 된 날이 유포행위와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여 대상자의 피해가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촬영물이나 편집물에 대한 유포죄의 공소시효를 늘리는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한편, 토론회는 이어 ‘교계 활동을 통한 한국교회 제언’이라는 주제로 나눔과 제언 시간으로 이어졌다. 최수산나 국장(YWCA연합회), 이은재 팀장(기독교반성폭력센터), 이성철 간사(NCCK 인권센터)가 나서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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