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루스가 범행 당일 약 12시간 동안 골프장 주변에서 기다린 것으로 밝혀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루스의 휴대전화 기록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FBI가 통신사로부터 입수한 기록에 의하면, 루스는 범행 당일인 전날 오전 1시 59분경부터 범행이 발각된 오후 1시 31분경까지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인터내셔널골프클럽 인근에 머물렀다. 이는 용의자가 장시간 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음을 시사한다.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5~6번 홀을 돌고 있었다. 비밀경호국 요원이 앞서 향후 이동 경로를 점검하던 중 울타리 사이로 튀어나온 총구를 발견하면서 암살 시도가 무산되었다. 비밀경호국 요원의 선제 발포로 인해 루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면하지 못한 채 도주했으나, 곧 추격전 끝에 체포되었다.
루스의 범죄 이력도 드러났다. 그는 2002년 대량 살상·파괴 무기 소지, 경찰관 저항, 은닉 무기 소지, 신분증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2010년에는 여러 건의 도난품 소지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미국 연방법은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이번 사건에서 루스의 총기 소지 자체가 불법이었음이 확인되었다.
현장에서는 조준경이 달린 SKS형 소총, 디지털카메라, 배낭, 음식이 든 비닐봉지 등이 발견되었다. 특히 총기의 일련번호가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워져 있어, 용의자가 범행을 철저히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
FBI는 현재 민간인 목격자 7명을 비롯해 루스의 가족, 친구, 전 동료들까지 폭넓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열혈 지지자로 알려진 루스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FBI는 모든 게시글과 온라인 검색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으며, 현재까지 공범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단독 범행 여부에 대해 계속해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루스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민주당에 소액의 기부를 19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기부 이력이 없어, 정치적 성향의 변화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로널드 로 비밀경호국 국장 대행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저택 마러라고 주변의 보안은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루스는 중범죄자의 총기 소지 및 일련번호가 지워진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 혐의들은 각각 최대 15년과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수사 당국은 추가 조사를 통해 루스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