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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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이 본 젠더(17)
민성길 명예교수

최근 젠더에 관한 신어(新語)들이 많이 등장하여 혼란스럽다. 이는 특히 젠더퀴어(gender queer) 때문에 그러하다. 원래 퀴어(queer)는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였지만, 현재는 뜻밖에도 젠더퀴어에 사용되고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차피 트랜스남성 아니면 트랜스여성이므로, 이원적(binary 바이너리)이라 한다. 시스젠더도 남자/남성, 여자/여성이라는 이원적이며, 전통적 규범을 따르므로 시스규범성(cisnormativity)이라고 한다. 그런데 젠더퀴어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벗어난 모든 종류의 젠더정체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즉 젠더퀴어는 시스남자도 시스여자도 아니고, 트랜스남성도 트랜스여성도 아닌 비이원적(non-binary) 젠더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현재 여러 종류의 젠더퀴어가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둘 이상의 젠더를 가지거나(bigender, trigender, polygender, pangender), 젠더가 없다거나(agender, nongendered, genderless, genderfree, neutrois), 남성과 여성 사이의 중간 어디 쯤에 해당하거나, 남녀가 섞여 있다거나(androgyne),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하거나 유동적이거나(genderfluid), 모호하거나, 의문스러워 한다거나(genderquestioning) 하는 것이다.

현재 NonBinary.org에 수십가지의 다양한 젠더 명칭들 중 의미를 알기 어려운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gendersea, genderfuzz, genderfractal, genderspiral, genderswirl, gendervex, gyaragender, libragender, ogligender, queerplatonic relationships, zucchini, ambigender, demiflux, blurgender, collgender, conflictgender, cosmicgender, crystagender, deliciagender, duragender, demiflux, domgender, fissgender, gemelgender, gendercluster 등등.

제3의 젠더라는 개념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지역의 히즈라(hijra), 미국 인디언들 중의 two-spirit 등이 있다. 이들도 크게 젠더퀴어에 속한다.

현재 미국 정신의학에서는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를 합쳐 젠더불쾌증(gender dysphoria)이라하며, WHO에서는 젠더비순응(gender incongruence)이라 한다. 비순응이란, 출생시 부여된 성(assigned sex at birth)에 근거한 사회적 기대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젠더다양성”(gender diverse) 또는 “gender expansive”와 비슷한 개념이다.

또 한편 트랜스젠더는 주어진 성(sex)에 따라 기대되는 규범적 (normative)인 것과 다른 젠더 모두를 의미하기도 하는 포괄적(umbrella) 개념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젠더퀴어 사람들은 자신들은 트랜스젠더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트렌스젠더는 자신들을 트렌스섹슈얼(transsexual)로 불러달라고 요구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원하는 의미가 다르고, 또 새로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등장하리라고 보아 매우 혼란스럽다. 하도 혼란스러워 그 정체성들 각각에 진정한 가치가 있는가 의문스럽다. 이러한 현란한 신어증(neologism)의 향연은, 일찍이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따먹은 이후 눈이 밝아진 탓이 아닌가 한다. 정신의학에서는 신어증은 조현병(정신분열병)적 증상들 중에 포함시킨다.

젠더퀴어에 대한 의학적 연구는 다른 성소수자들에 비해 드물다. 흔히 트랜스젠더 연구에 포함되나 젠더퀴어를 구분하지 않고 진행하여, 젠더퀴어만의 상황을 알기 어렵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대체로 트랜스젠더 중 35% 또는 52%가 젠더퀴어라 한다. 일반적으로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약 1/3이 젠더퀴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서구에서 젠더퀴어는 젊은 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젠더퀴어는 바이너리 트렌스젠더보다 비이성애자일 가능성이 더 크다. (비이성애란 동성에, 양성애, 무성애 등을 의미함)

젠더퀴어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드물다. 트랜스젠더에 생물학적 원인이 밝혀져있지 않듯이, 젠더퀴어에 대한 생물학적 원인도, 검색결과, 연구된 바가 발견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의 심리적 원인, 즉 정신사회적 내지 정신역동적 원인에 대해서는 연구는 다소 있지만, 독립적으로 젠더퀴어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아마도 트랜스젠더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성정체성장애는 인격발달 장애의 하나라고 보기 때문에, 젠더퀴어도 인격발달과정에서 생겨났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젠더정체성은 결국은 자신이 선택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그러면 왜 그런 비규범적인 선택을 하는가 하는 심리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별 이름의 젠더퀴어가 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매우 개인적으로 보이는 독특하고 색다른 젠더정체성들의 원인을 모두 밝힐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젠더퀴어 사람들의 건강 역시 따로 연구된 바를 찾기 어렵다. 대체로 트랜스젠더 사람들과 유사하리라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정상적인 성기를 가지고 있지만, 비정상적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그에 따른 성병 같은 신체장애가 흔히 발견된다. 2019년 UNAIDS 발표 에 의하면,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 사람들 모두 합쳐 HIV-AIDS의 감염율은 일반인구보다 13배 높다고 한다.

젠더퀴어 사람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최근 연구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다른 성소수자들에 비해 연구는 아직 드물다. 흔히 트랜스젠더 연구에 포함되나 젠더퀴어를 구분하지 않고 진행하여, 젠더퀴어만의 상황을 알기 어렵다.

수많은 연구들이 젠더퀴어 사람들은 자살, 우울증, 불안 등 정신건강문제가 많다고 한다. 11개의 관련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한 연구는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 간에 우울, 불안, 자살시도 등에서 비교해보면, 어느 한쪽이 더 좋기도 하고 더 나쁘기도 하는 등 다양하였다. 그러나 시스제젠더에 비교해서는 젠더퀴어에서 분명히 더 나빴다.

그런 모든 연구들은 하나같이 젠더퀴어의 정신건강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 때문이라 단정하고 있다. 이를 흔히 “소수자스트레스”(minority stress)라 칭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필자는 아마도 앞 칼럼에서 말한 LGBTQ의 정신사회적 원인으로 알려진 “적대적 소아기 경험” 때문에 젠더퀴어 사람들에게 같은 원인의 우울증과 불안, 약물남용 등이 동반되기 쉽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은 대개 무의식화, 즉 내면화된다. 이런 무의식화된 “적대적 소아기 경험”은 현재의 소수자 스트레스와 “내면화된 스티그마”와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 불안, 자살위험, 물질남용, HIV/AIDS. 홈리스, 범죄피해(victimization), 등등 건강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이다.

젠더퀴어 사람들의 신체건강도 사회적 차별, 즉 성소수자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법이나 정책에 의한 보호”는 스티그마의 내면화로 인한 신체건강 문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다. 아마도 스티그마의 내면화는 트랜스젠더의 정신사회적 원인으로 알려진 “적대적 소아기 경험”과 연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에게 법적 정책적 보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 치유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젠더퀴어에 대한 치유에 대해서는, 젠더불쾌증에서의 치유 때 같이 기술될 예정이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연세카리스가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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