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정상화 '갈림길'

국회·정당
뉴시스 기자

국정원의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파행과 정상화의 기로에 섰다.

여야가 특위 위원들의 제척사유와 국정원 기관보고의 공개 여부로 조사기간 45일 가운데 30일 가량을 허비한 가운데 또다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정조사 종료일까지는 불과 11일 남았다.

급기야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출석을 담보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정치권은 '불볕더위' 속에서 때 아닌 '빙하기'를 보내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 윤상현·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물밑 조율을 거친 후 양당 지도부 회동을 통해 증인 채택을 비롯한 정상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이 국정조사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말이 파행과 정상화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인 채택 막판 조율로 정상화 가능성도

민주당은 지난 1일 서울 시청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꾸리고, 장내·외 투쟁의 병행을 선언했다. 국조특위가 증인 채택을 놓고 난항을 겪자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3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정조사 거부 행태를 맹비난하면서 국정원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장외투쟁이 길어질 경우 오는 9월 정기국회와 예·결산 심의 등 하반기 주요 현안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출구전략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도 야당의 장외투쟁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회의 첫 날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에 대한 제척을 요구하면 파행을 주도한 후 홍익표 민주당 전 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이유로 국회 일정 중단 선언,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주장 등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의지가 박약하다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민심 이반'을 우려해 민주당을 끌어안고 국정조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권을 발부해야 한다는 확약서를 써야 한다는 요구에 '수긍'하는 기류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한중국대사의 증인 채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원·판·김·세' 4명의 출석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오는 15일로 마무리되는 국정조사 일정을 감안하면 증인 채택을 위한 마지막 시한은 오는 5일까지다. 여야는 오는 13~14일 청문회, 15일 청문회 결과보고서 채택 등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주말 휴지기를 거쳐 막판 조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증인 채택 불발 땐 '정국 냉각', 국정원만 웃나?

설상가상으로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 국정원 국정조사는 사실상 '빈 손'으로 마무리된다. 이 경우 여야 모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는 본질을 제쳐 놓고, 정치 공방에 골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정조사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의 시국선언 등 국민적 감정이 악화되면서 깃발을 올렸다. 지난해 대선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지시 의혹 및 국정원 여직원 등의 댓글 관련 선거 개입 의혹의 규명,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직권 남용 의혹 등이 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여야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모르쇠한 채 막말과 비방 수위만 높이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통해 국정원 개혁 등에 힘을 실었지만 '당내 강경파의 선동' '대선 불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마지못해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했던 새누리당도 집권여당으로서 국정 파행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고심이다. 더욱이 야권이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여론을 등에 업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시위처럼 확산된다면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디로 향할 지 가늠할 수 없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김한길(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왼쪽 두번째) 원내대표가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08.0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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