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11테러 23주년,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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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가 발생한 지 23년이 지났다. 우리 기억 속에선 가물가물하지만, 미국인들은 아직도 그날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테러로 완전히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건물터에 세워진 ‘그라운드 제로’와 9.11 테러 희생자 헌정된 공간인 ‘리플렉팅 풀’(reflecting pool) 주변에선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연중 이어지고 있다.

9.11 테러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공격받지 않았던 세계 최강국 미국에 큰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심장부인 뉴욕이 이슬람 무장 테러범들에 의해 불바다로 변하면서 테러에 의한 사망자 수만 3000여 명에 달했다.

9.11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주범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다. 그들은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청사(펜타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운항 중이던 비행기 4대를 공중 납치해 주요 건물에 충돌시킴으로써 대량 인명 살상과 막대한 물적 정신적 타격을 가했다.

테러의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무고한 희생자가 세계무역센터에서 2606명, 펜타곤 125명, 항공기 탑승자 246명 등 총 2996명이나 나왔고, 부상자 수는 6000여 명에 달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분진에 의한 암 발생 등 간접 피해를 포함하면 피해자 수가 최대 7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잔혹한 테러의 배경은 1979년에 발발한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있다. 소련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무슬림을 돕기 위해 전 세계 무슬림이 몰려들었는데 스스로를 지하드(성전)에 나서는 무자헤딘(전사)이라 부른 이들의 지도장 중 한 명이 그 유명한 오사마 빈 라덴이다.

1989년 소련과의 전쟁이 끝난 후 빈 라덴과 그를 따르는 극단주의 성향의 무슬림들은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과 중동 개입 등을 성토하며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미국과 싸울 것을 명령했다. 그런 목적으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며 만든 이슬람 무장 테러조직이 이른바 ‘알카에다’와 ‘탈레반’이다.

이들 테러조직은 그 후 미국인이라면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 9·11 이전에 발생한 1998년 케냐 미 대사관 폭탄 테러 및 탄자니아 미 대사관 테러 등이 이들에 의해 자행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빈 라덴의 주도하에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고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의 국방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목표를 실행에 옮긴 게 9.11 테러다.

9·11 테러는 미국의 대외 정책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냉전 종식 후 점차 국제 문제에서 발을 빼던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새로운 전쟁에 뛰어들 게 된 것이다. 미국이 결행한 이슬람 테러조직에 대한 응징은 이라크 후세인 정권의 몰락과 9.11 테러 등을 지시한 빈 라덴의 사살로 이어졌다. 하지만 테러조직의 핵심 인물이 사라졌음에도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무장조직이 일으키는 테러 사건은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오랜 종교갈등이 배경이나 정상 국가와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충돌이 본질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인 가자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민간인을 납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보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으로 불리는 북한과 70년 넘게 대치상태에 있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사건이 발행하지 않은 건 북한과 준전시 상태에서 물샐 틈 없는 안보태세를 갖춘 덕일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얼마 전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처음으로 검거된 적이 있다. 국정원 조사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국적의 이 사람은 국내에 들어와 수개월 동안 자신의 SNS에 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국내 무슬림 인구는 대략 1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식통계가 없어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곧 1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치도 있다. 그런 예측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종교가 이슬람이고 무슬림 인구가 전 세계에 18억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할랄 산업 유치 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구에서 무슬림 유학생들이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는 문제로 지역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을 이슬람의 한국 진출 교두보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물론 무장 테러 폭력조직과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을 동일시해선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적법한 절차와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면 차별과 편견이 아닌 온정으로 대하는 게 옳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제도와 정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문제에 대해선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

최근 이슬람 국가인 IS가 우리나라를 미국이 주도하는 ‘십자군 동맹’에 포함된 테러 대상국으로 분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가 대한민국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건 우리나라가 더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란 뜻이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범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철저한 주의와 경계심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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