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로 볼 것인가 ‘꽃’으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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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 교수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그분의 시를 좋아한다. 이유는 간결한 문장이지만 그 의미는 깊고 산뜻하기 때문이다. 그가 쓴 시 중 가장 유명한 시는 바로 이 내용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왜 이 시가 나태주 시인의 시들 중 최고의 작품일까? 시인이 이 시를 쓰고 있는 대상은 분명 예쁘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일 것이다.

세상에 인물이 좋은 사람보다는 평범한 외모의 사람들이 훨씬 많다. 압도적 다수에 속하는 이들에게 이 시는 위로와 소망을 준다.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미모를 가졌다면 자세히 보거나 오래 볼 필요가 없다. 인물이 출중한 사람이라면 단번에 사람들의 눈길을 쏠리게 한다. 그런데다가 이 시의 압권은 마지막 세 번째 문장에 있다. “너도 그렇다.”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내 얘기여서 더욱 좋다. 맞다.

사람은 모두 자기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를 좋아한다. 잘생기고 예쁜 외모가 아니라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보다 보면 친근하고 정겨운 얼굴이 된다. 이런 시를 읽는데 누가 감동받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게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니 두 말해서 무엇하랴!

대화할 때나 교제할 때나 설교할 때에는 언제나 독자나 청중의 입장에 서보아야 한다. 그들의 마음을 터치하고 그들의 마음에 힘과 위로를 주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청중에의 적용’이다. 본문 내용으로만 도배된 설교는 청중에게 어필되지 않는다. 전도 대상자들에게 ‘들리는 언어사용’이 중요하고 청중에게도 ‘들리는 설교’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강해 설교’(Expository Sermon)이다.

나태주 시인의 다음으로 유명한 시는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이다.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 문장이다. 이와 흡사한 그분의 시는 이런 내용으로 되어 있다. “품으려고 하면 잡초도 꽃이고 베려고 하면 꽃도 잡초다.”

위의 두 문장은 ‘물건의 상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인이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판단하면 모든 게 잡초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겐 모두가 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 사람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가 중요하다. 급히 한 예화가 떠올랐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성당에서 신부가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부 곁에서 시중드는 어린아이가 그만 실수를 해서 성찬을 행하는 포도주잔을 엎질러 버렸다. 잔은 깨어지고 포도주는 땅에 쏟아졌다. 신부가 노하여 그 어린아이의 뺨을 때리고는 이렇게 호통을 치며 나무랐다. “다시는 재단 앞에 나타나지 마라.” 그 소리를 들은 아이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어린아이는 커서 공산국가 유고슬라비아의 독재자 티토 대통령이 되었다.

어느 날, 큰 도시의 성당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부는 실수로 포도주잔을 깨뜨려 어쩔 줄 몰라하며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따뜻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커서 나처럼 신부가 되겠구나.” 그 어린아이는 커서 유명한 풀턴 쉰 대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대조되는 실례인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두 신부가 내뱉은 말의 내용은 아주 달랐다. 한 신부는 어린아이에게 책망과 저주를 했고, 다른 한 신부는 칭찬과 격려를 했다. 두 신부가 말한 내용에 따라 너무도 대조되는 결과가 두 아이한테 일어났다.

성경에 예수님이 자기 이름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 한 사람을 찾아가서 그 이름에 걸맞는 삶으로 뒤집어 놓으신 사건이 나온다. 삭개오의 사건 말이다. 비록 삭개오처럼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예수님은 그를 ‘의로운 자’, ‘깨끗한 자’, ‘죄 없는 자’라는 뜻을 가진 ‘삭개오’로 불러주셨다.

그 결과 구두쇠 삭개오에게 있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천국 백성 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재산의 반을 내어놓았고, 그뿐 아니라 그간 세금 과다부과로 괴롭혀온 사람이 있으면 네 배나 갚겠다고까지 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잡초 같은 인생을 잡초로 보지 않고 아름다운 꽃으로 보고 은혜를 베푸셨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사에 사람을 잡초가 아닌 꽃으로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한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