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당시 9살이던 저는 IMF를 피해 더 나은 미래를 좇아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캘리포니아로 왔습니다. 나가는 걸 좋아하던 저는 미국에 와서 집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부모님은 하루 종일 일을 하러 나가시면서 밖에 나가지 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혹시 경찰이 문을 두드리면 숨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쫓겨나 가족들과 헤어져야 한다고요. 16살이 됐을 때 전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운전면허를 딸 수 없었고 공부를 해도 대학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공부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길이 없었습니다."-케빈 김
어릴 때 가족의 손에 이끌려 미국땅을 밟은 이들은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불법체류자'라는 굴레에 갇혀 대학을 가거나 직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항상 추방의 위협에 시달리는 '드리머들(DREAMers)'의 이야기다.
'이민개혁 촉구'를 위해 미 전역을 자동차로 돌고 있는 '드림 라이더(Dream Riders)' 청년들이 애틀랜타를 찾았다. 2일 애틀랜타한인회(회장 김의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명의 '드리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추방유예법안(DACA)'으로 자신들을 포함해 구제받게 된 청소년, 청년들이 많지만 여전히 추방의 위협에 시달리며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온전한 이민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서류 미비자로 겪었던 어려움과 아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싸워나가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나눈 바 있는 케빈 김 씨는 "저는 추방유예법안을 통해 구제받게 됐지만, 저희 부모님은 여전히 불법체류자로 살아가고 있다. 온전한 이민개혁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정치적인 이슈를 벗어나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즉, 가족들이 헤어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민개혁에서 '아시안'들은 제외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비자로 입국해 가족이민으로 영주권을 기다리다 불법체류자가 된 전성일 씨는 "부모님은 신분이 없어 낮은 임금으로 열심히 일해도 집세와 기타 생활비를 대기도 벅차하셨다.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미안하지만 대학을 보내주기 힘들다'고 말씀하시며 우시는 어머니를 보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드림법안으로 최근 대학에 입학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가족들이 헤어지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다.
'드림 라이더'들의 이야기가 끝난 뒤 헬렌 김 호 AALAC 대표는 "이민개혁은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다. 우리가 불법체류자들을 쫓아내는 것은 미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밝은 젊은 인재들'을 쫓아내겠다는 말이다. 이들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석 한인회장은 "우리 편에서 우리 입장만 이야기 하면 미국의 일반 시민들은 듣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모범을 보이고, 이들과 대화해야 한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뒤에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알고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케빈 김 씨는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어두운 그늘 속에 숨어 지낼 때보다 대중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누면 오히려 더 안전함을 느낀다. 이들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어두움 속에 있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고 이런 목소리들을 모아 잘못된 지금의 상황을 변화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