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월 총회, 교단 발등에 떨어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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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들어서면서 각 장로교단이 총회 준비로 분주하다. 9월 총회 개최를 교단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장로교단은 물론이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도 9월 총회 개최를 위한 막바지 점검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의 장로교단은 1901년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로 출발해 1907년 9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독(립)노회가 조직됐다. 이는 미국 등 외국 선교회로부터 독립하여 자치권과 권징의 권한을 갖는 것으로 사실상 한국 장로교회의 탄생을 의미한다. 독노회가 채택한 신조와 규칙이 오늘 한국 장로교회가 사용하는 헌법의 뿌리가 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교회 거의 모든 장로교단이 9월에 일제히 총회를 개최하는 전통이 이어지게 된 건 1912년 9월 1~4일 평양 경창문안여자성경학원에서 개최된 예수교장로회 제1회 조선총회가 그 시효일 것이다. 당시 7개 노회에서 선출된 목사 96명(선교사 44명), 장로 125명의 총회 총대가 참석해 언더우드(원두우) 선교사를 초대 총회장으로, 부총회장에 길선주 목사를 선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명칭을 쓰는 대부분의 교단 총회 회기가 1912년을 시작점으로 삼고 있는 것도 제1회 장로교 총회와 연결돼 있다. 하지만 8.15 광복과 6.25 전란 이후 예장에서 분열한 교단뿐 아니라 그 이후 여러 자생 교단에서 이 회기를 그대로 쓰는 건 초대 장로교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 문제가 발단이 돼 분열한 예장 고신 총회는 따로 총회를 조직한 1951년을 총회 회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또 개혁주의 신학의 정통성을 표방하며 1978년에 창립한 백석 총회도 교단 설립 연도부터 총회기를 계산하는 등 예외적인 교단도 있다.

이런 장로교단의 9월 총회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이 헌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거나, 해석·판단하는 권한이다. 또 각 노회나 소속기관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출하는 헌의, 청원, 권징에 관한 사건들의 문서를 안건화해 처리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총회의 기능이다.

교회 수에 있어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단으로 꼽히는 예장 합동이 9월 총회에서 다룰 의제 중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문제다. 합동 총회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권을 부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동측이 총회 때마다 이 사안이 단골 메뉴가 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건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확실하게 매듭지어진 건 아니더라도 진지한 연구와 토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서 교단의 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예장 통합은 총회장의 사생활 문제로 부총회장이 총회 준비를 위한 일체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오랫동안 총회 장소를 구하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서울·수도권이 아닌 경남 창원 양곡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게 된 것도 그런 사정에 기인한다.

통합은 이번 총회에서 그간의 잡음을 털고 대외적인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눈에 띄는 게 제108회 총회에서 조직된 총회 포괄적차별금지법·동성애대책위원회가 청원한 안건이다. 총회장·부총회장 후보, 노회장·부노회장 후보, 신학대학교 총장 후보자 및 목사고시 응시자에게 동성애에 반대하는 입장을 서면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인데 총회 임원 선거조례와 고시위원회 조례에 관련 내용을 삽입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볼 때 교단의 결의를 명문화해 확고한 의지를 다지는데 방점이 있을 것이다.

이밖에 기감은 4년 만에 교체하는 감독회장 선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 총회장과 제1 부총회장이 없는 상태로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전례 없는 상황에 마주한 기침 총회는 9월 총회에서 교단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것 못지않게 깨끗한 선거로 교단의 위상을 일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교단 총회는 한 회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교차점의 의미를 지닌다. 교단의 산적한 과제가 담긴 각종 헌의안을 다루는 것 못지않게 총회장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 힘을 쏟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단의 임원선거가 총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때인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총회장 등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교단마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주요 교단이 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교세 통계를 보면 한국교회에 닥친 위기의 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이어진 교세 감소 추세를 되돌릴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지교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점차 벗어나 주일예배 회복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건 반가운 현상이지만 교회를 떠난 교인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한국교회 교세 하락은 특정 교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대·사회적 환경 요인도 있다. 하지만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에서 벗어나 교인들의 영적 갈급함을 채워주지 못하고 시대적인 사명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로 싸우고 갈등할 때가 아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교단 총회에서부터 개혁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