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불법’ 교육감을 뽑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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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교육감 직에서 물러났다. 전교조 출신 퇴직 교사 5명을 특별 채용하도록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그대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이다.

조 교육감의 중도 퇴진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지난 2018년 전교조 요구에 따라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채용하기로 내정하고 특별 채용 절차를 지시한 불법 행위에 대해 1,2심 모두 일관되게 유죄로 봤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조 전 교육감이 특채를 지시한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 중 한명은 조 전 교육감이 출마한 교육감 선거에 진보 측 후보로 등록했었던 인물이다. 선거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조 교육감의 당선을 도운 것이 결국 대가성이 있는 불법 행위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조 교육감의 선거관련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당선된 후 당시 상대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중도 하차 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그 이듬해 2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가 내려지면서 기사회생했다.

서울시 교육을 대표하는 수장이 선거와 관련해 저지른 불법 행위로 수차례 재판에 넘겨지고 결국 중도 퇴진하게 된 건 본인 뿐 아니라 교육계 모두에게 부끄러운 사건이다. 결과론이지만 교육의 전문성도, 공직자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이에게 지난 10년여 간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을 맡긴 꼴이 아닌가.

조 교육감은 사회학자 출신의 진보 계열 시민운동가로서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1990년 성공회대 교수로 임용돼 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 민주주의연구소장 등을 맡은 것이 교육계 관련 이력의 전부다. 그 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과 함께 1994년에 참여연대를 공동 창립해 사무처장, 집행위원장 등을 맡는 등 진보 진영 시민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 사회운동가 출신 인사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내리 3선 당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납득이 안 된다. 교육학을 전공한 일도 없고, 교육 정책에 있어 문외한에 가까운 그가 교육감으로서 이렇다 할 교육관련 공적이 전무하다시피한 건 어쩌면 당연할 결과일 것이다.

그가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는 윤석열 정부에 와서 외고 ·자사고 존치로 바뀌면서 4년 만에 원상회복됐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자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은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위치를 저버린 정치적인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인사를 서울시교육감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3번씩이나 올려놓은 일등 공신은 아무래도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지닌 폐단에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 대부분은 교육감 후보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도 모르고 투표한다.

국회의원 선거와 시도지사, 지방의회 선거 출마자 모두 의석수에 따른 정당별 기호 배정을 받지만 교육감 선거는 정당과 무관해 이른바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붙을 정도다.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시도지사의 런닝메이트, 또는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무런 개선책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간 게 오늘의 화근을 부른 것이다.

정당 추천제 입후보 방식이 아니다 보니 보수·중도·진보를 표방하는 후보가 저마다 출사표를 던져 선거 때마다 후보 난립으로 선택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보수 진영의 경우 후보들 간에 단일화 약속이 번번이 깨지고 선거 막판에 ‘이전투구’ 양상까지 벌어지면서 진보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을 돕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조 교육감의 경우 지난 2014년과 2018년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았으나 상대 후보에게서 불거진 논란과 보수 성향 표가 분산한 덕분에 당선됐다고 보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006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선거관련 불법 사례가 근절되기는커녕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직선제 이후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4명 모두가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받는 등 서울시 교육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가 이어지고 있다.

시도 교육의 대표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육감들이 당선을 위해 불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단순한 교육계의 수치 정도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짓밟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크다 할 것이다.

조 전 교육감이 중도 퇴진하면서 오는 10월 16일 차기 교육감 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교육감의 중도 퇴진이 어느 정도 예고됐던 상황이라 벌써부터 보수 진보 인사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또 보수진영 후보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장면이 재연될 것이고, 조 전 교육감의 경우처럼 은밀한 정치적 뒷거래로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참에 이런 고질적인 폐단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새로운 교육감 선거제도안 마련에 착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부터 새 선거법을 적용하는 게 무리라면 2년 뒤 지방선거 때부터 실시를 목표로 지금부터 제도 개선안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는데 그걸 망치는 불법 교육감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