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화 개념의 태동
WCC 에큐메니칼 신 이해의 주된 배경 중 하나인 ‘인간화’ 라는 개념은 에큐메니칼 선교 신학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로 1968년에 열린 웁살라 세계 교회 협의회 (WCC) 대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웁살라대회는 인간의 참 인간성과 사회가 어느 때보다 여러 가지 파괴적인 힘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인종차별주의가 모든 인권의 의미를 앗아가고 있으며 세계 평화에 대한 절박한 위험이 되고 있고, 몇몇 정부의 공식정책과 많은 나라에서의 인종폭력이 증대되며, 또 부국과 빈국간의 차이가 인종적 요소에 의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았다. 이런 이유에서 웁살라는 물질적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영적 빈곤 못지않게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2. 인간화 개념의 의미
웁살라 대회는 세계의 문제를 인간에 대한 문제로 이해하며, 모든 비인간화의 현상을 극복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참된 선교의 방향이라고 보면서, 선교를 ‘새 인간성의 창조’ 라고 정의하였다. 즉 완전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닮는 것이 참된 선교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교의 현장도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이 아니라 아직 인간화가 되지 않고 비인간화된 곳이라고 보았다. 웁살라는 비인간화된 것을 인간화하는 모든 것을 다 선교라고 보았다. 즉 건강과 사회봉사, 청소년을 위한 활동, 정치적 관심을 가지고 모인 집단과의 관계 안에서의 일이나 폭력을 건설적으로 사용하는 것, 인권옹호 등을 모두 다 선교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특별히 소위 말하는 ‘사회구원’을 구원의 개념 속에 포함하게 되고, 이 사회구원을 선교의 목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3. 인간화 개념이 선교에 미친 영향
전통적인 신이해는 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었고, 신이 목적이었고, 신의 영광이 신학의 최대의 관심이었다. 인간은 단지 신의 피조물이었고, 신의 뜻을 순종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였고, 신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것이 인간의 최대 행복이었다. 즉 신이 최우선이었고 인간은 그 다음이었다. 그러나 인간화가 선교의 목표로 대두되면서 이제 신과 인간의 순서가 바뀌는 경향이 나타났다. 인간화 즉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신의 뜻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이제 신의 뜻을 순종하는 것이나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보다 인간이 어떻게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도록 만들 것인가가 신학의 주된 관심 영역으로 떠오른 것이었다. 즉 인간화 개념의 출현과 함께 신의 위치는 인간의 행복 다음으로 낮추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대두되게 된 것이었다. 이것이 강조될 경우 자칫 신에 대한 관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가능성을 우리는 김균진의 다음 글에서 엿볼 수가 있다.
인본주의적 무신론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이 참으로 자유롭게 되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기 위하여 하나님의 존재는 부인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르트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부자유하다.” 인간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며 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인간의 부자유는 인간성의 상실을 뜻한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하나님의 계명을 인간에게 요구함으로써 인간의 자유를 제한한다.
에큐메니칼 신학이 주장하는 인간화가 위에서 말하는 인본주의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인간의 행복이 주된 관심 영역이 되면서 인본주의적 무신론과 연결되어질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간화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신의 뜻이 인간의 행복에 있다는 것을 앞세워 신보다는 인간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화 개념에 내포되어 있는 에큐메니칼 신이해는 신을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분으로 오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이해는 자칫 신의 뜻이라는 미명아래 인간의 행복을 신의 뜻보다 더 우선순위에 놓을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계속)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 책 소개
이 책은 에큐메니칼 신학을 신학의 가장 중심적인 뼈대인 신 이해, 기독 이해, 성령 이해, 성경 이해, 인간 이해, 구원 이해, 교회 이해, 세상 이해, 종말 이해의 틀로 나누어서 분석하였기 때문에 에큐메니칼 신학의 심층기저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나온 문서들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 신학이 전통적인 선교 신학과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에큐메니칼 신학의 가장 깊은 뿌리 부분에 놓여 있는 핵심 신학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책을 보면 에큐메니칼 신학의 출발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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