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환 씨 소송, 두 법원의 엇갈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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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에게 축복식을 집례해 교단으로부터 정직 2년에 이어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 씨가 제기한 소송에 두 법원이 각기 다른 판단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달 18일 재판에서 교단의 징계에 위법 소지가 있다며 출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1일 판결에서 ‘종교 교리 해석의 영역’을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씨는 2019년 8월 3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 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가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동성애를 옹호하는 행위를 하다 추가 고발된 후 최종 출교 처분됐다.

그러자 이 씨는 교단이 동성애 찬성·동조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장정 규정을 근거로 자신을 징계한 건 위법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요지는 교단이 헌법이 모든 국민의 기본권리로 정한 ‘평등권’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씨 측이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법원이 종교단체가 내린 징계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고, 다른 하나는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단이 내린 정직 2년, 출교 징계가 정당한지다.

출교 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는 이 씨 측의 주장을 모두 수용해 출교의 효력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출교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지를 본안소송에서 다툴 만하고, 징계 재량권이 일탈·남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안양지원 재판부가 종교단체 내부의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본 근거는 교단이 소속 목사에게 내린 징계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다는 데 있다. 이것이 종교의 자율 영역에 법원이 개입해 판단할 이유라는 것이다. 또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는 점도 사유로 들었다.

안양지원 재판부가 적용한 종교단체 내부의 결정에 법원이 개입할 법리적 근거란 대법원의 판례를 뜻한다. 대법원은 ‘종교단체 내부 징계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영역이므로 원칙적으로는 그 당부(옳고 그름)를 법원이 판단할 수 없지만, 구체적 분쟁이 존재하고 종교 교리 해석이 아니라면 판단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에서 안양지원이 제시한 법리 근거에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종교단체 내부 징계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영역이므로 원칙적으로는 그 당부(옳고 그름)를 법원이 판단할 수 없다’라고 한 전제다. 이건 법원이 ‘종교의 자유’ 영역을 함부러 침범해선 안 된다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다.

여기서 쟁점은 ‘구체적 분쟁이 존재하고 종교 교리 해석이 아니라면 판단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이 씨가 교단의 징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것을 재판부가 분쟁으로 볼 순 있다. 하지만 이를 ‘종교 교리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고 단정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 점에 있어 좀 더 명확한 선을 그은 것으로 판단된다. 재판부는 정직 기간이 지나 이 씨의 권리 제한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하면서 동시에 교단이 내린 징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없다고 봤다.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이 목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재판부가 이처럼 엇갈린 판결을 한 건 법리 해석에 있어 다른 관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양지원이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의 원칙’을 근거로 동성애에 대한 시대 사회적 평가가 달라진 점을 들어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면 서울중앙지법원은 동성애를 찬성·동조하는 교단의 처벌 조항에 법원이 개입하는 건 헌법 제20조 ‘정교분리의 원칙’에 반한다며 교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이 한쪽은 헌법상 ‘평등권’을, 다른 한쪽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판단의 중요 근거로 내세운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같은 듯 다른 의미가 내포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적용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는 앞으로 본안소송과 상급심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주제는 이 씨에게 내려진 교단의 징계에 효력 정지를 선언한 재판부 판결의 실효성이다. 이 씨로선 목사직을 박탈한 교단의 징계가 무효가 됐으므로 목사의 지위가 회복된 것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는 여전히 교단의 선택에 달려있다.

목사직은 교단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를 선발해 교육한 후 안수를 통해 맡기는 직분이다. 따라서 위법한 행위가 발생하면 이를 회수할 권한도 교단에 있다. 그런 목사의 직분을 의사나 변호사같이 국가 자격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자격증으로 혼동해선 안 된다. 목회자를 성직자로 구분하는 건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특별한 사명을 지녔기 때문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건 지금 시점에서 적절치 않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이어질 재판이 관건이다. 교단이 교단 법을 어긴 목사를 징계하는 건 비단 동성애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갈등이 있을 때마다 사법부가 개입해 판단한다면 교단의 교리와 법은 있으나 마다한 게 되고 종교의 자율성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법원이 앞으로의 재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