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화 몰아내기 위해 선교적으로 자살문제 다뤄야”

목회·신학
학회
장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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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곤 교수, 2024 제4차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서 발제
2024 제4차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 기념 사진. ©한국선교신학회 제공

한국선교신학회(회장 박보경 교수)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 소재 수원성교회(담임 이경희 목사)에서 ‘최근 선교학의 다양한 연구와 관점’이라는 주제로 2024 제4차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황병배 교수(협성대)의 좌장으로, 이성곤 교수(장신대 선교신학)가 ‘자살문제에 대한 선교적 접근: 자살영향 요인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 장남혁 교수(서울장신대)가 논찬했다.

◇ 자살의 원인에 대한 세 가지 분류

이성곤 교수는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80만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이는 40초마다 한 명이 자살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2023 자살예방 백서(보건복지부, 2023)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의 최근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명) 평균은 11.1명이고, 한국의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24.1명(’20년)으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며, OECD 평균보다 2.2배 높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다. 자살을 개인의 경제적 요인, 정신적 요인 등의 특별한 사연으로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자살을 사회적으로 터부시하거나, 개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치부해 왔다. 하지만 한 시간에 약 1.5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상황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자살의 원인에 대해서 학자들이 여러 가지로 분류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며 “첫 번째는 무감각적 학습이다. 자살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해결책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는 소속감 부재와 그에 따른 소통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소속감과 소통의 단절은 극심한 소외감과 우울증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세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사고인데, 실제로 짐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노인층에서 이런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노후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를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며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개인의 소중한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가까운 가족과 주변인들이 깊은 상처와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 자살의 파급 효과, 훨씬 더 광범위

그는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파급 효과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며 “이는 살아남은 가족, 친구 및 친척에게 죄책감과 분노의 감정을 깊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결과적으로 자살은 가까운 지인뿐만 아니라 더 넓은 지역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심각한 전염성을 지닌 사회적 질병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한 사회적 영향에는 생산성 손실로 인한 경제적 부담, 자살 시도 및 그 여파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 및 의료서비스의 비용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따라서 효과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이러한 광범위한 사회적 결정 요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기존의 자살 예방 및 치료 방법은 주로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어서 연구되었다”며 “기독교에서 자살에 관한 연구는 실천신학, 기독교 상담, 기독교 윤리, 기독교 교육 분야에서의 연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했다.

더불어 “자살의 문제가 선교적으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선교신학에서 자살문제를 다룬 연구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기독교 신앙은 생명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강조하며, 모든 생명이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소중한 것임을 가르친다”며 “자살문제에 대한 선교적 접근은 사회적으로 자살 예방과 치료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며 죽음의 문화를 몰아내고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고 확장하는 중요한 선교의 영역”이라고 했다.

◇ 자살문제, 단순히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구조와 깊이 연관

그는 “현대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인 자살문제를 선교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종합사회조사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자살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파악하고 기독교의 선교적 역할을 재조명하고자 했다”며 “분석결과에서 보듯 다양한 요인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함을 선교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독교의 종교성이 자살태도에 유의미하지 않은 부분은 강력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며 “생명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교회는 선교적 교회로서 시급하게 요청되는 생명의 가치와 보호를 회개의 마음으로 순종하고 우선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교회는 영적 돌봄과 함께 생활적, 정신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자살 위험을 줄이고, 자살 유가족에게 안정감과 희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자살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선교적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사회구조 전체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교회와 선교단체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기관, 학교, 병원 등과 협력하여 자살 예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자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욱 넓은 범위에서 자살문제에 선교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겠다”며 “지금도 주변에 희망 없는 죽음의 문화에 갇힌 천하보다 귀한 이웃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자살로 잃고 죄책감과 분노로 어둠 속에서 헤매는 이웃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선교”라고 했다.

이어서 논찬을 한 장남혁 교수는 “자살문제에 대한 선교적 접근을 시도했다. 저자는 ‘자살문제’가 선교신학적 고찰의 대상이 되고 선교적 실천의 과제가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특히 전통적인 ‘선교’ 개념이 자살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떠한 점에서 장애 혹은 방해요소가 되는지를 지적한다”고 했다.

이어 “저자는 통전적인 접근을 취할 때에 자살 문제에 대해서 보다 실제적으로 다가설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특히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회복할 때 자살문제에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자살문제에 대한 선교적 접근법이 취해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형태까지 제시해 주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며 “그렇지만 교회들이 이러한 접근법이 시사하는 바를 받아들이고, 자살문제에 대해서 연대해서 대처하는 일이 보다 대대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교회가 외적으로 취해야 하는 어프로치에 못지 않게 교회 내의 교인들에 대한 양육 및 인식개선의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자살과 관련해서 전통적인 교리 주입식의 일방통행적인 양육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자살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지 보다 입체적인 양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아울러 “어떤 면에서는 영적 전투에 대한 훈련과 같은 부분도 그러한 양육의 일부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그러한 교인 훈련과 양육과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서 좀더 상세하고 치밀하게 다루어 준다면 보다 더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신진학자 발표가 진행됐다. 김아영 교수(횃불트리니티대)를 좌장으로, △유용욱 박사(전주대·원광대 치과대학)가 ‘디아코니아의 본질과 선교적 함의’ △조명미 박사(장신대)가 ‘생태위기시대의 생태적 화해로서의 선교 연구’ △최용준 박사(주안대)가 ‘선교사 인사행정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연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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