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본래 신(deos)에 관한 이론(logia) 즉 신론을 뜻하므로 신학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중점은 바로 신 이해라 할 수 있다. 신 이해가 이토록 중요하기 때문에 기독교가 신앙하고 있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이해는 기독교의 신앙의 내용과 기독교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학은 언제나 신 이해에 관한 문제들을 많이 다루어왔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신학적 토의들 역시 신에 관한 논의들이 많다.
이와 같이 중요한 신 이해는 선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하나님의 주된 관심이 세상을 구원하는데 있는지 아니면 창조세계를 유지하고 완성하는데 있는지에 따라서 기독교 선교의 목표는 달라질 것이다. 또 기독교의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인식될 수 있고 접근 가능한지 아니면 다른 수단들을 통하여서도 하나님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해에 따라서 기독교 선교가 전하는 내용과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에큐메니칼 신 이해와 그것이 선교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며, 이 글에서는 먼저 에큐메니칼 신 이해의 주된 이론적 기초 중 하나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을 살펴볼 것이다.
1.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의 확산
1992년 교통사고로 타계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선교신학자 보쉬(David Bosch)는 그의 마지막 역작 『변화하고 있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에서 선교신학의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로서 ‘Missio Dei’(하나님의 선교)가 지난 반세기를 지배하여 왔음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1952년 빌링엔 IMC총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 이후 세계의 거의 모든 개신교회들은 물론 그리스 정교회도 ‘Mission Dei’ 를 받아들였고, 이 개념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제2 바티칸공의회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등장은 전통적인 선교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하면서, 에큐메니칼 진영의 신 이해에 다음과 같은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2. 하나님의 관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전통적인 신 이해에서는 하나님의 최대의 관심이 인류의 구원이라고 생각하는데 거의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는 하나님의 관심이 구원이 아니라 인류 세계의 샬롬이다. 전통적인 신학에서는 하나님께서 구원사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해 오신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에큐메니칼 신학에서는 인류의 세속 역사 가운데서 활동하시는 것으로 이해되어진다. 따라서 하나님의 활동은 구속사가 아닌 일반 역사 특히 혁명운동, 민권운동, 교육개혁운동 등과 같은 활동 가운데서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며,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선교란 이 세상에 샬롬을 구현하기 위한 교회의 모든 활동으로 보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미 온 세상을 그리스도가 완성한 구속사업 안에서 자기와 화해시켰다고 보며, 이런 이유 때문에 WCC는 복음을 비기독교인들에게 전파하는 것을 선교활동이라고 보기 보다는 이 세상에 샬롬을 이루어가는 작업을 선교로 보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3. 하나님의 선교 동역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
하나님은 교회를 통하여 그의 구원 역사를 이루어 오시는 분이라는 생각에서 세상의 다양한 기구들을 통하여 일을 하시는 분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 교회는 폐쇄된 성곽인 구원의 방주가 아니라 주님의 명령에 따라서 언제나 떠나야 하는 일시적인 장막으로서의 교회의 성격과 성육신의 연장으로서가 아니라 희생적인 사랑으로 세계와 연대하는 교회의 성격이 강하다. 과거에는 교회와 세상 사이에는 철저한 분리가 있었다. 멸망해가는 세상으로부터 교회로 와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교회 사이에는 멸망과 구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세상에서의 샬롬의 구현이 하나님의 최대의 관심이며, 이러한 일을 위해서라면 꼭 교회가 아니어도 다양한 기구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샬롬을 이루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 교회와 세계는 협력적인 동반자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오직 교회만을 통하여 구원을 받는다는 믿음 때문에 교회의 위상이 절대적이었던 반면에, 이제는 교회의 위상이 여러 다양한 기구들 중의 하나로 약화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하나님과 교회 사이에는 독점적인 관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교회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세상과 하나님의 관계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거나 덜 중요한 관계로 인식되면서 결국 구원사에 있어서 교회의 독보적인 위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계속)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 『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 『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 책 소개
이 책은 에큐메니칼 신학을 신학의 가장 중심적인 뼈대인 신 이해, 기독 이해, 성령 이해, 성경 이해, 인간 이해, 구원 이해, 교회 이해, 세상 이해, 종말 이해의 틀로 나누어서 분석하였기 때문에 에큐메니칼 신학의 심층기저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나온 문서들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 신학이 전통적인 선교 신학과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에큐메니칼 신학의 가장 깊은 뿌리 부분에 놓여 있는 핵심 신학을 분석하였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책을 보면 에큐메니칼 신학의 출발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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