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비거주선교를 하고 있는 정한길 선교사는 '비거주선교 이렇게 하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지금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혁신'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외치고 있는 대변혁의 시기"라며 "선교에 있어서도 개념, 접근방법,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비거주선교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창의적 접근지역 혹은 선교 제한지역에서는 뼈를 묻을 때까지 일생을 바쳐 사역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지역에서 효과적이고 발전적인 사역을 하기 위해 시대 요청에 따른 결과물이 바로 비거주선교"라고 강조했다.
정 선교사는 서구 선교단체들 가운데 비거주선교사 개념이 좀 더 발전하여 '선교전략조정가'라는 개념으로 변화되고 있다며 "선교전략조정가는 해당 지역의 상황을 리서치하거나 네트워킹하여 현지인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선교지에 적합한 전략 개발, 현지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 현지인 동원 등의 역할을 감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비거주선교사는 사업가, 관광객, 교사 등의 신분으로 주로 한국이나 중국, 인근 이슬람 국가들에 거주하면서 사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중에는 현재도 한국, 미국 등에서 목회를 하고 있거나 은퇴 후에 중국을 단기 방문하는 목회자,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평신도 선교사, 중국 외에서 선교단체를 이끄는 선교지도자 등이 포함된다. 정 선교사 자신은 중국 동쪽의 한 지역에 베이스를 두고 현지인 선교동원, 네트워킹, 코칭 사역을 주 사역으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정부의 감시는 무시할 수 없으나 조금만 조심하면 충분히 전략적으로 단기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며 "목사 선교사는 단기적인 신학연장교육(TEE) 프로그램 등을 하고 선교 지도자는 현지 교회의 선교훈련, 동원훈련 등을 감당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부터 한국에서 수많은 목회자들이 중국을 단기 방문하여 우후죽순으로 사역했다며 "타문화권 선교에 대해 훈련 받지 않은 목회자들의 사역은 의욕과 달리 긍정적인 부분뿐 아니라 여러 부정적 영향도 끼쳤다"고 지적했다.
정한길 선교사는 중국 비거주선교의 긍정적 사례로 G국에서 15년 동안 성경번역 사역을 성공적으로 마친 A선교사가 중국의 성경번역 사역자들에게 자신의 사역 노하우를 전달하는 '성경번역 컨설턴트'로 사역하는 것을 들었다. 또 두 선교단체의 설립자이자 미국 파송 선교사인 B선교사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며 중국 대학생 및 젊은이들을 동원, 훈련시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B선교사는 훈련 받은 청년들을 동남아시아에 단기 선교사로 보내고 있다"며 "대부분 중국 가정교회가 관심을 갖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훌륭히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비거주선교의 부정적 사례로 그는 한국교회에서 비거주선교사로 파송 받고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인 C선교사를 예로 들었다. C선교사는 자주 들리는 지역에서 가정교회를 돕고 있지만 중국어를 못해 조선족 비서를 채용하며 가정교회 재정과 현지인 신학생 월급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현지인을 섬길지 훈련 받지 못하고 비거주선교사로 파송 받는 경우 교회, 신학교를 섬기는 것도 모두 물질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낳게 되었다"며 "현지 교회, 신학교도 재정 독립은커녕 외부에 의존하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정적 사례로 "중국 개방 초기부터 현지에 들어가 사역했던 D선교사는 강제출국으로 비거주선교를 하게 됐으나 현지에서 시니어 선교사로 사역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고 비거주선교에 만족감이 없었다"며 "비거주선교는 강제출국 된 선교사가 자신의 만족을 얻기 위해 하는 사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한길 선교사는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비거주선교를 위해 무엇보다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비거주선교사가 되었는지, 비거주선교사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현지에 들어가 장기 사역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혹은 입국의 길이 막혀 할 수 없이 비거주선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전략적 이유로 된 것이라는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비거주선교사는 거주선교사들보다 급이 낮거나 실패한 선교사가 아니라는 긍정적인 정체성은 사역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다고 비거주선교사가 현지에서 사역을 무리하게 주도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거주선교사들과 함께 사역을 감당할 수는 있으나 사역의 주도권은 현지인과 생활하는 거주선교사나 현지인 사역자에게 맡기고 주로 돕는 사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 사역은 오랜 세월에 걸쳐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거주선교사가 주도하는 사역은 자칫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비거주선교의 궁극 목표는 현지교회를 섬기고 세우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비거주선교사들이 자신이 세운 계획만 마치면 허둥지둥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다"며 "비거주선교사가 자기 중심으로 일하기 시작했다면 빠른 시간 내 현지교회 중심으로 사역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그는 비거주선교사가 적절한 타문화권선교 훈련을 받아야 하며 다른 동역자들과도 동역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거주지로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에서 비거주선교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거주, 비거주의 선교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선교사이든 '섬기는 종'으로 부름 받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역의 방식으로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았든 겸손하게 현지교회와 현지인을 섬기는 사역자로 귀한 사역을 감당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3년의 목회생활을 마무리하고 선교사의 길로 들어선 정야고보 선교사는 5년 째 중국 비거주선교사로 사역해 왔다. 아내와 딸이 국내에 머물기 원했기 때문이다. 정야고보 선교사는 '비거주선교사가 말하는 비거주선교의 실제'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목회를 조금 일찍 은퇴하고 다소 늦은 나이에 선교사가 됐다"며 중국선교에서 자신처럼 가족을 국내에 둔 채로 정기적으로 사역하고 돌아오는 형태의 비거주선교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비거주선교사라면 자신이 선교사인지 아닌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비거주선교사로 일하면서 '나일론 선교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를 개척하며 목회를 해보니 마음먹기에 따라 열심히 목회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대충 해버릴 수도 있었다"며 "선교사도 명함만 선교사이지 실제로 선교사역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비거주선교사는 누구보다도 정체성을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며 "선교지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비거주 형태의 사역이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사역을 잘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대충해도 될 것 같은 유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선교사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라며 "선교사 신분이라면 선교사답게 자신을 잘 관리하여 확실하게 사역해야 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선교사 신분을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야고보 선교사는 비거주선교사도 당연히 현지 영혼과 접촉하기 위해 현지어 공부를 해야 한다며 "53세에 선교사가 된 나도 현지어 공부부터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내게 현지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지만 나는 목회 경험을 살려 현지어로 설교와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나님 은혜로 지금은 부족하나마 통역 없이 사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주선교사로 활동하려면 우선 가족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주 가정을 떠나 외국을 돌아다니는 것은 선교사 본인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가족들에게도 힘든 일"이라며 만일 가족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면 선교사 생활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거주선교사도 선교단체에 가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배 선교사들의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사역을 수월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비거주선교사는 현지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특징 때문에 한 두 지역에서 한 두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년에 10개월 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며 신학교 강의 사역을 10년 간 해 온 한 비거주선교사는 어느 한 나라 언어도 제대로 구사할 수 없었다"며 "비거주선교사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분산 사역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거주선교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현지의 동역자를 꼽았다. "믿고 의지할만한 현지인이나 현지 선교사와 같은 동역자들의 도움 없이 혼자 비거주선교 사역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자신 역시 도서관, 신학대학원 사역을 모두 현지 동역자와 분담하여 사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거주선교사 역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사역한다면 훌륭한 선교사가 될 것"이라며 "이 길은 얼마든지 대충 갈 수도 있고 열심히 갈 수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비거주선교 사역인지 하나님께 물어가며 전진한다면 후회없는 선교사 인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