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에 대한 인식개선과 포용적 사회로 나아갈 길에 대해

제4차 기사연 에큐포럼, ‘한국사회 속의 타자: 이주민’ 주제로 열려
제4차 기사연 에큐포럼 진행 사진. ©기사연 제공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이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소재 기사연 공간이제에서 ‘한국사회 속의 타자: 이주민’이라는 주제로 2024 제4차 기사연 에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정진우 목사(서울 디아스포라교회)의 사회로,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유)KNC)가 ‘포용적 사회를 향한 법적, 제도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제했고, 차미경 대표(아시아의친구들, 아키비스트)가 ‘사회운동의 시각’, 김현호 신부(성공회 파주교회, 파주이주노동자센터샬롬의집)가 ‘선교현장의 시각’에서 각각 논찬했다.

◇ ‘다문화’ 용어의 논란

발제를 한 강성식 변호사는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도 논란이 되어 왔다. 최초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였고, 어떠한 차별적 의미도 없는 긍정적인 용어였다”며 “주로 이민국가인 미국이나 호주 등의 사회를 설명할 때 쓰이던 이 용어는, 2000년대 초반 이민자 가정이 급증한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도 차별적·비하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하여 쓰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을 반영하여 실제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인 안산시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다문화지원본부’를 ‘외국인주민지원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 아래 소속된 부서들인 ‘다문화정책과’와 ‘다문화지원과’는 각각 ‘외국인주민행정과’와 ‘외국인주민지원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고 했다.

이어 “왜 ‘다문화’라는 용어가 차별적·비하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인가”라며 “그 용어를 다른 용어로 바꾸게 되면 차별·비하가 줄어들 수 있는가”라고 했다.

◇ ‘다문화가족=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워

그는 “기존에는 긍정적인 용어였던 ‘다문화’가 차별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에 ‘다문화가족지원법’이라는 법률이 제정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며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법의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며, 이는 다문화가족이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될 당시만 해도, 결혼이민자들과 한국인 배우자, 그리고 그들 사이의 자녀들이 이루던 상당수의 가정들이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열악하거나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사회적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그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고, ‘다문화가족지원법’이라는 법률의 명칭은 당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점차 결혼이민의 요건을 강화하여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다문화가족이 형성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미 형성된 다문화가족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었던 다문화가족들도 차츰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잡아가기 시작했다”며 “그리하여 현재는 다문화가족 중에 국가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있는 가정들은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법무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에는 결혼이민자의 국적이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인 경우가 전체 결혼이민자 중 약 5%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전체 결혼이민자 중 약 11%로 2배 이상 늘었고, 2023년에는 전체 결혼이민자 중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국적의 비중이 약 13.5% 정도를 차지한다”며 “선진국 국민이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형태의 다문화가족이 국가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해당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이제는 ‘다문화가족=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 지원·우대를 함으로 인해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낙인찍히고 차별 당한다’라고 느끼게 되고, 국민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라고 느끼게 된다면,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된 취지가 결혼이민자 가정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통합되게 하기 위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법으로 인해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통합되는 것이 더 어려워지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특히 “다문화 가족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결혼이민자 가정 구성원들이나 외국인들을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인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거주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민들과 외국인들 간의 갈등이 커지게 되면 큰 사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다문화가족만을 무조건적으로 지원·우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가족에 대해 동일하게,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따라 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선별하여 지원하는 형태로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미 모든 가정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로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건강가정기본법에 점차 통합하여, 다문화가족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과 우대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더욱 중요한 부분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 스스로 적극적인 사회참여 및 기여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지원을 받는 대상’으로서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국내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구축하고 ‘다른 국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주체’로서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줄수록, 다른 국민들이 그들을 점차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다문화’가 더 이상 차별적·비하적 용어로 쓰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불법체류자 규모 최소화,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의 지름길

그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불법체류자는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0만 명 초중반 대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2010년대 중후반부터 급속도로 증가하여, 2023년 10월에는 43만 명까지 증가하였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고 했다.

이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외국인 체류질서의 구멍이 커진다는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그들은 이미 출입국관리법 등을 위반하고 있는 상태여서 적발되는 경우 강제출국의 대상이다. 결국 불법체류자 증가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감소시킨다”고 했다.

또한 “불법체류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정부 당국이 불법체류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합법체류자들도 불법체류를 하게 만들어 합법체류자들까지도 정부 정책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불법체류자의 증가는, 그들이 범죄행위에 관련이 되었을 경우 그들의 소재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증대시키는 악영향도 있다”며 “이미 법을 위반한 상태로 한국 내 체류가 허용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법을 위반하는 데에 있어서도 합법체류자나 한국인들에 비해서 허들이 높지 않은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불법체류자의 증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외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출생한 자녀는 원칙적으로 그 외국인 부모의 국적국 정부에 출생신고를 해야한다”며 “그런데 불법체류 중인 부모가 자녀를 낳은 경우에는, 한국 정부는 물론 본인 국적국 대사관에 접촉하는 것도 대부분 꺼리기 때문에, 그 자녀의 출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불법체류자의 규모를 줄여서 그들 사이의 자녀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출생을 등록해주고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직접 출생을 등록해주고 관리해주게 되면, 해당 미등록 이주아동의 존재를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주게 되며, 그 미등록 이주아동을 양육하는 불법체류자인 부모들에 대해서도 한국 체류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불법체류자들도 자녀만 낳으면 한국에서 체류를 허가받을 수 있게 되어, 체류수단으로 자녀 출산이 악용될 여지도 상당히 존재한다”고 했다.

아울러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은 불법체류자의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다행히 2022년부터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감축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빠른 시일 내에 그 규모를 최소화하여, 그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들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보다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제4차 기사연 에큐포럼이 ‘한국사회 속의 타자: 이주민’ 주제로 개최됐다. ©기사연 제공

이어서 논찬 순서가 진행됐다. 먼저, 차미경 대표는 “오늘 세미나는 이주민, 타자와 함께 인권, 민주주의 가치, 다양성의 가치에 에큐메니컬 정신은 어떻게 마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우선 사회변화의 측면에서 혹은 그런 시각을 견지하려면, 저는 한 시대의 권력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민주적 미래와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데 역사란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차 대표는 “먼저, 다문화가족의 개념에 관한 논의, 변화하는 현실, 지원법의 수정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의미가 있다”며 “당시 다문화가족 범위는 합법적 체류자격을 지닌 이주민과 배우자 한국인을 반드시 포함하는 가족으로 좁게 정의되어, 범주에서 배제되는 이주자들의 가족에 대한 차별과 인권 측면에서의 문제도 발생했다는 점이 계속 제기되었다. 그 결과 다문화 가족의 사회적 정의가 결혼이민자가 포함된 가정이라는 협소한 범주로 규정되고, ‘다문화가족’은 차별적인 용어로 변질되어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었다”고 했다.

이어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과 통치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지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앞으로의 토의에서 남는 과제”라고 했다.

또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대책에 대한 의견으로 “법무부의 추방 전략은 미등록 노동자들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입장과 대치된 지 오래”라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의식 있는 시민들, 노동자들, 이주민 옹호 단체들이 추방을 반대했는데, 지금은 내국인 일손을 구하지 못해 오랫동안 미등록 노동자들과 공생한 고용주 농민들조차도 추방을 반대하고 나섰다”고 했다.

아울러 “미등록노동자 숫자를 줄여야 할 명분, 방식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추방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한국처럼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스페인에서는 정기적으로 사면을 하여, 내수시장의 위기 해법을 마련한다. 경제적, 역사적, 정치적 위기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이주민,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늘고 불평등과 차별이 당연시 여겨질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서 아시아의친구들의 활동 몇 가지를 소개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논찬을 한 김현호 신부는 “이주민 300만 시대를 내다보는 지금, 미등록 이주민의 수가 대략 40만을 넘어섰다. 법무부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의 수를 줄이고자 다양한 방식의 고강도 단속을 벌이기도 하지만, 단속 위주의 정책은 오히려 숨어버리는 이주민들만 더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김 신부는 “왜 미등록 이주민들이 발생하는가? 그것은 이주민의 문제가 아니라, 불완전한 한국의 이주정책과 제도 때문”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관계가 형성된 이주민을 단지 등록기간이 초과됐다는 이유만으로 추방의 대상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이고 소모적이다. 등록기간이 초과되었다면 벌금을 부과하고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 이주민들을 필요로 하는 선진나라의 태도”라고 했다.

아울러 한 사례로 이주노동자들이 주관하는 미얀마 난민 돕기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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