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시설 근처 침묵기도 이유로 체포된 英 기독교인, 합의금 2천만원 받아

이사벨 본-스프루스 ©ADF International

낙태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완충 구역에서 침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영국의 친생명 운동가가 경찰과 합의해 1만3천파운드(약 2천2백54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비영리 법률단체인 영국 자유수호연맹(ADF)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의 낙태 병원 밖에서 침묵기도한 혐의로 수차례 체포된 생명운동가 이사벨 본-스프루스가 웨스트미들랜드 경찰로부터 합의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본-스프루스는 지난 2022년 11월 버밍엄의 한 병원 주변 완충 지대에서 침묵기도한 혐의로 처음 체포됐다. 완충지대에서는 낙태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표현을 어떤 방식으로든 금지했다. 그녀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2023년 2월 버밍엄 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한 경찰관은 그녀에게 왜 시설 밖에 서 있는지, 기도를 했는지 물었고, 그녀는 “소리 내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경찰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가는 것을 거부하자 그녀를 구금했다.

무죄 판결을 받고 몇 주 후, 그녀는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완충 지대에서 침묵기도했다는 이유로 다시 체포됐다. 당시 경찰관 6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그녀의 기도가 범죄라고 했지만, 그녀는 단지 ‘침묵 기도’를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경찰관 중 한 명은 “당신은 여전히 ​​기도하고 있다. 그것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 두 건의 기소는 지난해 9월 기각됐다.

올해 1월 영국 ADF는 본-스프루스와 경찰관이 낙태 병원 건너편에서 세 번째로 마주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경찰관은 그녀에게 ‘시위’를 했는지 물었고, 그녀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 하고 싶은 행동을 하라”는 경찰의 명령에 대해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저 머릿속에서 조용히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낙태 시설 밖에 서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압박했고, 그녀는 “낙태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본-스프루스는 “난 두 번 체포됐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로부터 이 지역에 있어도 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자세히 설명했지만, 경찰은 여전히 그녀가 공공장소 보호 명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그녀에게 해당 구역 밖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본-스프루스는 침묵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그녀에게 ‘벌금 통지서’를 발급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본-스프루스는 “21세기 영국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사상 경찰’이 설 자리가 없다. 영국 ADF에서 받은 법적 지원 덕에 오늘의 합의를 통해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어 기쁘다. 하지만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혐의가 다른 경찰들에 의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본-스프루스는 “침묵 기도는 범죄가 아니다. 아무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 때문에 체포돼선 안 된다. 그러나 웨스트미들랜드 경찰이 ‘기도는 범죄’라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에, 난 이런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고 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새롭게 집권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완충 지대 법안에 침묵기도 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침묵기도와 합의에 따른 의사소통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힌 이전 보수당 정부가 도입한 지침 초안을 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본-스프루스는 “우리 문화는 관점의 다양성에 대한 탄압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독교 사상과 기도는 점점 더 검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정부는 ‘완충 지대’ 정책을 곧 시행할 예정이다. 그 내용은 본질적으로 불분명하며, 낙태 시설 근처에서 기도하고 평화롭게 대화하고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추가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침묵기도로 체포된 또 다른 친생명 운동가 아담 스미스코너는 아직 사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역시 영국 ADF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영국 ADF의 법률 고문인 제레미아 이구누볼레는 정부가 침묵기도를 불법화하려는 계획에 대해 “국제 인권법 공약에 노골적으로 어긋난다”면서 “현재 영국에서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법 집행관은 기본권의 평화적 행사를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심을 가지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라며 “그러나 전국적으로 평화적 표현의 기본권을 행사하는 기독교인들은 침묵기도를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합의에 따른 대화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을 받았다. 웨스트미들랜드 경찰이 이사벨 본-스프루스에 대한 처우에서 잘못과 불의를 인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아담 스미스-코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침묵 기도 떄문에 체포된 또 다른 사람이다. 영국의 미래는 다양한 신념과 관점을 수용하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검열은 인권을 침해한다”라고 했다.

보수당이자 전 내각 장관인 프로스트 경은 “현대 영국에서 ‘사상 범죄’로 체포되는 것은 믿을 수 없다”라며 “본-스프루스를 체포한 것은 정당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침묵기도가 범죄로 규정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로 인해 본-스프루스와 같은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침묵기도) 금지령이 법으로 통과되면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고 위험한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내무부 장관의 초안 지침에서 제시된 합리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 초안 지침은 다양한 경쟁적 권리와 이익 간의 훨씬 더 나은 균형을 제안했다. (노동당) 정부가 이를 폐기한다면 시민적 자유와 기본적 자유에 대한 정부의 헌신이 종이처럼 얇다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 상원의원인 파머 경은 본-스프루스의 체포에 대해 “정의의 비극이며 경찰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이렇게 높이 평가하는 영국에서 국민이 침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일은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영국에서 기독교 언론, 표현, 사상에 대한 비민주적인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완충 지대’를 구축하면 이러한 탄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