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진화론에 대한 정통개혁신학적 평가(6)

오피니언·칼럼
기고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명예교수)

III. 유신진화론에 대한 신학적 비판

김영한 박사

1. 유신진화론은 성경 창세기 1장-11장의 역사성을 부인한다. 창세기 1-3장 이야기의 역사적 사실 부정은 이에 기초한 역사적 기독교의 근본교리(세계 창조, 인간 창조, 인간 타락)를 무너뜨린다.

1) 창세기 1장-3장의 창조 이야기의 역사성을 부인하고 포로기 시절의 삶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각색되었다고 본다.

유신 진화론은 창세기에 대한 역사비평학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는 포로기 시절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창세기 1장에는 포로기 시절에 접할 수 있었던 근동의 고대 신화들(혼돈과 공허, 깊음 신화)이 반영되어 있다”

정통 기독교 신학에 의하면 창세기 1장은 우주의 창조, 기원, 지구 위 동식물 창조, 2장은 인류기원과 단일함, 남자와 여자의 창조, 혼인의 기원, 3장은 사람의 죄와 죽음의 기원, 원조 타락으로 인한 자연의 저주를 사실적 사건으로 설명한다. 창조 이야기의 사실성을 부인하는 것은 기독교 교리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역사성이란 사실성을 말한다.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역사적이라고 말한다.

2) 창조 이야기의 6일의 구체적인 사건을 부인하고 이를 단지 인간 고통의 제거와 생명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교훈으로 해석한다.

유신진화론은 창조사건을 모세를 통한 계시사건이 아니라 바벨론의 창조신화를 빌려서 종교사적으로 해석한다: 하나님은 이러한 카오스의 세계로부터 조화와 질서의 세계를 창조하셨다는 유신진화론의 창세기 해석은 에누마 엘리시(Enuma Elish)로 불리는 바빌로니아의 서사시(창조 설화)에 따른 해석으로서 말씀에 의한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라는 역사적 기독교의 기본 해석에 배치된다.

3)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계시된 말씀으로 보지 않고 고대 근동의 창조 설화의 편집으로 간주한다. 유신진화론은 성경에 대한 고등비평의 평가를 수용하여 창세기 기록의 신적 영감성을 부인한다.”

유신진화론은 창세기의 모세 저작설을 부정함으로써 신적 영감설을 부정하고 고대 근동 창조 설화를 가져와 편집한 종교문서로 간주한다. 고등비평의 초기 주창자 독일의 종교사학파 헤르만 궁켈(Hermann Gunkel)은 성경의 창조기사가 “본래는 고대 자료로서 훨씬 신화적이었는데 “유대인들이 정교하게 꾸민 것”으로 보았다. 최근 자유주의 학자들은 고등비평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문학적으로 세련화시켰다.

창세기 1-3장의 창조 이야기는 우주와 인류의 시작에 관한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으로서 고대 근동의 창조 신화들과는 달리 인격적인 하나님 말씀이 물활론적 자연을 비신회론화하고 있다, 창세기 12장 아브람 이야기은 다신론적 상황 속에서 이와 결별하도록 하는 참 신 야웨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시작한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

4) 창세기 창조 이야기 기록 시기를 모세 때로 보지 않고 바벨론 포로기로 본다.

구약 비평학은 창세기 해석에도 원인론을 적용한다: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는 바빌론 포로기에 기록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창세기에 대한 원인론적 해석(etiological interpretation) 입장은 유신진화론이 근거하고 있는 구약성경의 고등 비평의 토대였다. 고등비평학자들은 창조기사의 사건들및 일부 구약 사건들의 역사적 실재성을 부정하기 위하여 원인론(etiology)을 사용하였다. BC 586에 있었던 유다의 추방이 창세기 2-3장(아담과 하와의 추방)의 기록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에 계승되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믿음의 선조 전승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

최근 주석가들에 의해서도 모세 오경에 대한 연대 합의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복음주의 구약학자 웨이브레이(R. N. Whybray)는 말하고 있다: “모세오경이 현재 형태에 언제, 왜, 어떻게 누구로 말미암아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현재 어떤 합의도 없다. 그리고 모세오경의 여러 부분이 작성된 시기에 대한 의견들은 다르며 500년이나 차이가 난다.” 창세기 2-3장 작성보다 이스라엘 포로기가 먼저 일어났다는 것은 원인론적 해석으로 불안한 고등비평의 가정에 서 있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뒤집는 것이다.

5) 창세기 1장-3장에 대한 유신진화론의 은유적 해석은 창조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창조라는 실존적인 이야기로 왜곡시킨다.

유신진화론은 창세기를 다음같이 은유적으로 해석하면서 실존적인 의미만을 밝히고자 한다:

역사고등비평은 역사적 기독교의 문자적 해석을 거부하고 고등비평의 은유적, 상징적 해석을 한다. 그리하여 창조 이야기는 기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존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본다.

창세기 1장-3장은 우주와 세계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로서 이는 상징이나 은유가 아니라 근원적 사실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을 은유와 상징으로 해석할 때 기독교의 근본 교리는 훼손된다.

루터와 칼빈의 전통을 이은 종교개혁의 전통은 성경해석의 기본은 문자적 해석이며 경직된 문자주의에 빠지지 않고 필요한 경우 은유적 풍유적 해석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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