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독교 지형의 변화와 함께 선교 상황도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와 선교’를 주제로 성숙한 선교를 위해 성찰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 신교육관 지하 1층 A실에서 열린 KRIM 선교 세미나에서는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의 모습을 선교 현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며, 동시에 세계 기독교가 제공하는 역사적 관점에서 ‘기독교와 복음의 본질’을 함께 다뤘다.
홍현철 KRIM 원장은 이날 “세계 기독교라는 용어가 가진 다양성, 독특성, 포괄성 등으로 인해 이 주제가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마 이 주제는 선교운동이나 실천에 기반한 주제이기보다 선교의 본질과 성찰에 기반하여 기독교 선교와 역사를 다루었기 때문에 더더욱 모호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하지만 불확실한 환경 속에 놓여 있는 지금의 선교 환경 속에서 우리가 위치한 선교의 자리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며 “세계 기독교의 주제는 기독교 선교 역사 가운데서 변화된 패러다임을 통해 우리 위치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할 뿐 아니라, 이후에 우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적 질문을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 주제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지만, 이 주제에 대한 담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한국선교가 좀 더 성숙하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세미나를 열게 됐다”며 “단체와 선교 현장의 관점에서도 이 주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와 선교’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한 임태순 박사(전 GMP 대표)는 지난 6월 발간된 그의 저서 ‘변화하는 세계 기독교와 선교’의 핵심적 내용들을 소개했다. 임 박사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BA. MA), 아시안 신학 세미너리(M.Div)를 졸업하고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회(GMP) 소속 선교사로 태국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했으며, GMP 대표를 역임했다. 또 말레이시아 국립과학대학(USM)에서 이슬람 철학(MA), 태국 어섬션 대학(Assumption University)에서 서양철학(Ph.D), 말레이시아 침례신학대학에서 선교학(D.Miss 수료)을 공부했다. 현재는 글로벌리더십포커스(GLFocus) 사역본부장, 아신대학교와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에서 선교학 강의를 하고 있다.
임 박사는 21세기 선교운동이 지향하는 거시적 방향을 논의하면서 선교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선교학적 토론과 함께 개인적 성찰을 나눴다. 임 박사는 특히 “오늘날의 질문들을 좀 더 이해하려면 역사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최근 선교학 논의에서 선교운동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중요해졌고, 특히 초기 기독교 선교운동에서 선교의 본질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커지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역사학적 그림이 선교학 안에 자리 잡으면서 역사학이 선교학과 만나 성찰하게 하는 것은 큰 변화를 보여주며, 과거에 있었던 선교학적 토론들은 오늘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는 이어 ‘△누가 선교사인가? △교회개척인가, 피조세계의 회복인가? △복음, 번역 가능한가? △세계화된 기독교, 누구의 기독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21세기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의 세 기둥으로 ①선교운동의 출발점으로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 ②각기 다른 문화에 복음이 심길 때 새로운 기독교 정체성을 형성하는 원리로서 ‘복음의 번역 가능성’ ③앞의 과정이 땅끝을 향해 확산되면서 최종적으로 가시화되는 지향점으로서 ‘세계 기독교’를 제시했다.
임태순 박사는 위 세 가지 패러다임이 선교 현장에서 갖는 의미를 소개한 후, 근대 선교 구조의 미래에 대해 제안했다. 임 박사는 “앤드류 월스는 크리스텐덤 세계관에 기초한 기존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밴더-사무엘도 글로벌 교회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선교 구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며 “한편, 뉴비긴이나 데이나 로버트 같은 학자는 근대선교운동을 이끌었던 전문 파송 구조의 한계를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교회가 없는 미전도 지역 복음화를 위해서는 전문선교 구조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저는 전문 파송선교 구조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라며 “단, 우월한 문명, 신학, 재정적 파워가 아닌 ‘길의 영성’, 또는 십자가 영성의 토대 위에서 기능하는 구조의 개발이 선행되고, 부유한 국가 주도 선교운동과 가난한 지역 출신 교회들의 선교운동 모두를 아우르며 글로벌하게 작동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임 박사는 “가능하면 교회가 없는 미전도 지역의 복음 전파와 교회개척 사역을 위한 구조로 재편돼야 하며, 하이브리드 형태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교적 교회론은 전 세계 모든 교회와 그 구성원들이 주님에 의해 세상에 보내진 선교적 존재임을 강조하고, 전문 선교구조는 이들 역할의 극대화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미전도 지역을 향한 전문적 돌파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순 박사는 또한 “오늘날 복음주의 선교운동은 70년대 초와 유사한 상황 가운데 있다고 보이며, 한국에서 열리는 4차 로잔대회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한국교회와 한국선교가) 글로벌 차원의 선교적, 신학적, 성경적 대화에 열려 있어야 하고, 복음주의의 울타리를 어떻게 칠 것인지의 논의, 한국교회 선교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 박사는 마지막으로 “글로벌 차원의 교회들, 선교운동들로 인해 전 세계 모든 미전도 지역 교회들이 세워지고, 그 교회들이 하나님의 선교 관점을 갖고 세상의 변화를 시도하며, 동시에 번역 가능한 복음을 각 상황에 맞도록 상황화해서 전하는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이제 막 틀을 잡기 시작한 세계 기독교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전 지구적 상황에 하나님의 통치를 이뤄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기독교: 회고와 후견의 유리한 거점’(World Christianity: A Vantage Point of Retrospect and Hindsight)을 주제로 발제한 박형진 박사는 세계 기독교 담론에 공헌한 두 선교학자인 앤드류 월스(Andrew Walls, 1928~2021)와 라민 사네(Lamin Sanneh, 1942~2019)의 사상에 기초한 세계 기독교의 역사적 의미를 소개했다. 박형진 박사는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선교역사 및 지구촌기독교 연구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고, 현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선교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일반적으로 선교운동의 출발점을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두는 것과 달리 월스와 사네는 그 토대를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과 성령의 강림사건에 두고 있다”며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계신 성자와 성령이 각각 이 땅에 오신 선교적 사건으로, 원초적인 선교 모델을 제공하며, 구속사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이 두 사건은 바로 기독교 선교의 성경적, 신학적 토대”라고 소개했다.
또한 ‘역사의 끝에서 바라본 역사’, 곧 ‘후견지명(hindsight)’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신구약 성경은 그 자체가 위대한 선교의 내러티브가 됨을 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와 마지막 책인 계시록을 통해 볼 수 있다”라며 “아브라함에게 보여준 약속(창 12:2~3)과 사도 요한에게 보여준 비전(계 7:9)은 기독교 역사가 본질적으로 선교적일 수밖에 없음과 그 결과 세계 기독교의 도래가 불가피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그렇다면 역사의 종결점 내지는 완성점으로 갈수록 역사 이해에 대한 유리한 거점이 마련됨을 말해줄 것”이라며 “이 점에서 오늘날 등장한 세계 기독교는 역사의 회고와 후견을 통해 복음의 본질, 기독교의 본질, 선교의 본질을 파악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형진 박사는 “지구촌 기독교의 부상에서 우리는 세계 기독교의 맥락이 로컬에서 글로벌로, 종국적으로는 글로벌과 로컬이 합쳐진 글로컬의 맥락으로 바뀌었음을 볼 수 있다”라며 “선교적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가 등장하면서 선교의 주도권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로의 변화를 보게 되며,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인간은 선교의 주도자가 아니라 선교의 참여자라는 정체성의 변화를 가져오고, 선교는 선교적 행위(Doing)이기 이전에 선교적 존재(Being)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박 박사는 또한 “현 21세기 세계 기독교라고 하는 거점에서 본 기독교에 대한 회고는 ‘후견지명’을 제공해 주지만, 동시에 번역이론 등 많은 논의점 또한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세계 기독교가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에 제공하는 4가지 영역의 함의점으로 “①교회됨의 영역 ②선교함의 영역 ③신학함의 영역 ④선교 앎의 영역에서 세계 기독교의 안목으로 성찰하고 극복 방안을 찾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