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칼럼] 화광동진(和光同塵)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LA연합감리교회 김세환 목사
김세환 담임목사   ©LA연합감리교회

너무 잘나서 말 붙이기도 어려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는 세상에서 모르는 것이 없고,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대화 중에 등장하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은 모두 자기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분명히 대단한 인맥을 가진 사람입니다. 비록 허풍이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친구는 아주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입니다. 문제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항상 남을 무시하고 깔보는 태도입니다. "야야! 웃기는 소리 그만해, "그 사람 내가 잘 아는데, 네가 잘못한 거야!,"그 곳에 나도 자주 가는데, 네가 틀렸어!" 한번도 남의 말을 존중하거나 인정하는 법이 없습니다. 무조건 상대방이 틀렸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잘나고 똑똑한 그에게 친구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면, 항상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갑니다. 그의 잘난 척 때문에 친구들은 그에게"원래 그런 애"라는 붉은 꼬리표를 달아 주었습니다.

"화광동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인데,"광채를 줄이고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남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하고픈 욕망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을 보면, 존경하고 박수를 쳐주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묘한 질투심이 솟아오르는 존재들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사람은 멍석만 깔아주면 누구나 한 두 가지쯤은 자랑할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잘난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그 품질 좋은 우량종 인간들을 무조건 좋아만 할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박수 쳐주고 넘어갈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잘난 사람들이 안하무인격으로 교만하기까지 한다면, 분을 참으면서 그 꼴을 지켜 볼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모르는 척 살아야 하고, 높이 올라갈수록 아래를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항상 남을 자신보다 낫게 여길 것과 겸손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고, 다른 사람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만약 잔치자리에 가게 될 경우에는, 항상 누추한 말석에 앉을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자신이 가진 빛을 줄여서 주변의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화평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자신만 빛내려 하는 사람은 욕을 먹지만, 화평케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세출의 뛰어난 영웅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자신의 빛을 줄여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지혜롭게 화목을 추구해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도 이런 사람들을 찾고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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