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한 정쟁, ‘민생’ 내팽개친 22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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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국회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논란이 큰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21회기에 이어 제22회기까지 여야가, 무한 정쟁을 벌이는 바람에 정작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민생법안은 내팽개쳐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안을 처리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총선 공약으로 정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에 따른 위헌 소지가 있다. 야당이 모든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돈을 주도록 법을 만든 건 전형적인 대중에 영합 ‘포플리즘’이란 지적이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 소추도 현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다. 헌법상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기 개시 단 하루 만에 자리에서 쫓겨날 만큼 중대한 불법을 저질렀을 리 없지 않나. MBC 등 방송 장악을 위한 정략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안도 발의했다.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된다. 야당이 불법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무조건 탄핵을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방송 4법’과 ‘해병대원 특검법’도 강행 처리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다 이재명 전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검법 등 두 달간 민주당 등 야권이 발의한 특검법만 9건에 달한다.

탄핵이나 특검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입법부가 발동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권한이다. 그런데 두 달 동안 민주당의 주도로 발의한 탄핵안만 모두 7건이다.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민생법안은 단 한 건도 없는 데 탄핵과 특검법만 남발하는 걸 정상적이라 할 순 없다.

일반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고소인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근거 없는 고소고발로 국가 공권력이 낭비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국회도 탄핵 소추에 대해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면 탄핵안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합당하다. 그래야 무분별한 탄핵 발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이 재 발의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해도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만든 게 핵심이다. 노조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어 반기고 있지만 기업엔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가 기업의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을 또다시 밀어붙인 의도가 무엇이겠나. 정쟁의 무한 반복으로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고 대통령의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문제는 이에 맞설 여당의 선택지가 24시간 ‘필리버스터’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이마저도 법안 처리 지연을 위한 한시적 수단일 뿐 24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게 된다. 여당이 결과가 뻔한 법안 처리에 시간을 끄는 것밖에 달리 힘을 쓸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무기력의 무한 반복이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야당에 비해 수적 열세인 점을 ‘방패막이’로 삼을 뿐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수세적인 자세는 국정의 책임을 진 여당이 할 도리가 아니다. 그럴수록 민생 관련 입법에 힘을 쏟아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라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회가 아무리 정파적 이익에 매달리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국민의 권익과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일이다. 이 본연의 임무를 도외시하면 입법부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22대 국회는 지난 두 달 동안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국회 16개 상임위원회 중 법사위·환경노동위 등 특검과 탄핵 소추안, 청문회 등으로 분주했던 일부 상임위를 제외하고 절반인 8개 상임위는 단 한 건의 법안 심사도 없었다. 두 달 동안 그냥 놀고먹은 셈이다.

이런 난맥상에 교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한 정쟁에 빠진 정치권이 기본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서다. 한국기독인총연합회는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야당 단독으로 입법, 사법, 행정을 운영하는 행태는 국민의 뜻도 아니고 자유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도 아니”라며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하라”고 일침했다.

22대 국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정치권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무리한 입법이 계속되면서 국가 경제와 민생을 위한 법안이 뒤로 밀려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온갖 특혜와 특권은 다 누리면서 자기들 정파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건 민의에 대한 배신 행위다. 이런 특권층에 자정 능력을 기대하긴 더더욱 어렵다.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표로 심판하는 건 데 지금은 총선의 시간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국회의원은 탄핵을 남발하는 데 국민이 국회의원을 탄핵하지 못하는 건 모순이다. 하루속히 ‘국민소환제’가 실시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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