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선교현장에 활용한 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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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송내사랑의교회 안수집사)

‘소리엘’ 등 국내에서도 CCM이라는 장르가 태동하던 1990년대의 학창시절, 필자가 출석하던 교회에서는 예배당에 드럼과 전자악기를 들여놓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성도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쟁이 오가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이 논쟁이 자못 심각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였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도구는 도구일 뿐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숨 막힐 듯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아직 교회 내에서는 그 온도가 느껴지지 않지만, 이 역시 적절한 수준에서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송내사랑의교회(담임 박명배 목사)에 소속된 ‘나니아캠프’라는 선교팀의 일원이다. 영국의 대표 문학가이자 기독교 변증가로 잘 알려진 C.S.루이스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를 좋아하는 성도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이고, 시리즈 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편을 몰입형 체험극(Immersive Theater)으로 각색하여 1년에 한 차례씩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걸작이어서 아이들과 부모 모두 거부감이 없는데다가, 소설 속 복음적 메타포가 그득 담겨 있어 다음세대 선교 콘텐츠로 손색이 없다.

나니아캠프의 피날레, 대관식 단체촬영 중인 출연진과 참가자들

다만, 문제는 이상과 역량 사이에 갭(Gap)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생업을 가진 평신도들이고, 공연 분야의 비전문가들이다. 전문가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세대에게 더 수준 높고 더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는 열망만큼은 전문가들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7일 경기도 부천 지역의 아이들을 초대하여 선교활동을 진행하였는데, 과거와는 사뭇 다른 질적으로 진일보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 근저에는 우리의 불타는 열망을 현실로 구현하는데 있어 AI가 많은 도움을 주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활용한 나니아캠프의 홍보포스터

우리는 우선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무료배경음악들을 버리고, 음악 생성 AI ‘Suno’를 활용하여 우리 공연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타이틀곡과 각 장면의 테마음악을 생성하였다. 그리고, AI 성우 ‘Typecast’를 활용하여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전문적이고 호소력 있는 질감의 보이스로 더빙함으로써, 과거 연기 비전문가인 팀원들이 각자의 휴대폰으로 녹음하던 저품질의 콘텐츠 제작방식을 탈피할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실감체험(Immersive Experience) 전시에서 착안하여 우리는 가로 7.6미터, 세로 2.4미터의 매우 와이드한 무대 스크린을 차용하기로 하였는데, 이 때문에 특별한 스크린에 걸맞는 특별한 배경 이미지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미지 생성 AI ‘Midjourney’로 각 장면에 필요한 고퀄리티의 이미지를 생성한 후, Zoom Out 기능을 활용하거나 ‘Adobe Photoshop’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AI 생성 기능 등을 사용하여 와이드한 구도의 배경 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생성된 배경 이미지들을 영상 생성 AI ’Runway Gen 2’나 ’Luma Dream Machine’을 활용해 배경이 살아 움직이도록 모션을 줌으로써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영상 푸티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특별히 나니아의 눈 내린 숲 속과 들판을 달리는 드론샷은 ‘Runway Gen 3’ 등을 사용하여 처음부터 ’Text to Video‘ 영상으로 생성하였는데, 그 퀄리티가 실사 영상과 구별이 힘들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어서 만족스러웠다.

Text to Video AI로 제작된 나니아 왕국의 광활한 겨울 풍경

이렇게 생성된 결과물들이 공연의 장면 장면마다 광대한 와이드 스크린으로 펼쳐졌고, 덕분에 참가한 아이들은 실제 나니아 세계에 온 것처럼 나니아 연대기의 스토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공연 중간 중간 아이들의 입에서 ’우와!‘라는 탄성이 나올 때마다, 샘 솟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선교 3개월 전만해도 불가능한 일이었고, 우리가 이런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AI로 구현된 배경 이미지 앞에서 열연 중인 출연진
와이드 스크린을 활용해 참가자들과 인터랙션을 시도 중인 진행자

선교현장의 상황은 제각각이다. 위와 같은 연출이 매번 재현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것을 주고자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에 공감한다면,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역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면, AI 활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용기 있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고 아마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아내가 옆에서 CCM 밴드 ‘위러브’의 찬양을 듣고 있다. 멜로디와 리듬이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어떻게 요즘 크리스천 뮤지션들은 같은 악기를 가지고도 찬양을 이토록 멋지게 만들어내는 걸까?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