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이 시작된 지 300일째를 맞았다.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인도적지원을 위해 지정된 구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강화되고 국경이 폐쇄되거나 기능을 못 하게 됨에 따라 인도주의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달 30일(월) 인도주의 단체 20곳과 함께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일(목) 밝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13일 세이브더칠드런 현지 파트너 NGO인 워 차일드(War Child) 소속 팔레스타인 직원 두 명이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중부의 누세이라트 지역 공습으로 또 다른 직원 한 명이 다치고 자녀 네 명이 사망했다. 또 액션에이드(Action Aid) 직원의 집이 폭격을 당해 네 명의 딸이 사망했고, 해당 직원은 치명상을 입고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극히 짧은 시간에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한 후 폭격함에 따라 민간인의 피해가 크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중부에서 피난민을 수용한 학교가 공격을 받아 최소 30명이 사망했고, 남부 칸유니스와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나흘간 19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실향민이 됐으며, 칸유니스에서만 73명이 사망하고 270명이 다쳤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지역이 가자지구 전체의 80%를 넘었으며, 190만 명의 실향민들이 불과 17%에 해당하는 지역에 갇혀있다고 밝혔다.
구호 단체에 대한 잦은 공격과 국경을 통한 보급품 진입 지연으로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악화했다. 가자지구 진입 승인을 마친 구호 단체의 보급품 트럭이 케렘 샬롬으로 불리는 남부 카람 아부 살렘 국경검문소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과 물자 부족으로 인한 약탈 위협이 커지면서 몇 주간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의 보급품에 의존하는 대다수의 의료기관에 주요 의약품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가 온도 조절이 가능한 폐쇄형 트럭 진입을 거부해 냉장차에 실린 필수 의약품은 반입이 거부되고 있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은 한 달여간의 대기 끝에 케렘 샬롬 국경을 통해 인도적지원 구호 트럭 4대를 가자지구에 보냈다. 구호 트럭에는 항생제, 심장병 치료제 등 표준 의약품 등이 담긴 팔레트 80개가 실렸다. 하지만 여전히 냉장 보관 의약품이 담긴 팔레트 17개 분량은 이집트 알아리시 국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옥스팜의 경우, 식수 탱크, 담수화 장치, 세면대, 발전기 및 화장실을 실은 트럭이 거부당했으며, 노르웨이난민위원회의 주거용 텐트 864개를 적재한 트럭 역시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다른 구호 단체 역시 비슷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올 4월 이후 인도적지원 화물의 하루 평균 물동량이 56%가 감소했으며, 가자지구 내 보건 시스템이 무너지고 지속적인 이전 명령으로 피란민 과밀화가 심각해지면서 수인성 전염병의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6개의 폐수 샘플 조사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돼 수만 명의 아동이 위험하다고 발표하고, 가자지구 전역을 넘어 국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중동지역 사무소장 제레미 스토너는 “가자지구 아동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한 비좁은 지역으로 민간인을 몰아 붙이며 인도주의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더 이상 여유 공간도, 아이들을 살릴 구호품도 부족한 상황이다. 필수적인 지원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생명을 잃을 것이다”며 “인도적지원 단체의 직원은 결코 공격의 표적이 되어선 안된다. 보급품 수송대와 창고도 보호되어야 한다. 즉각적이고 확실한 휴전만이 가자지구의 생명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