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동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엄격한 방역지침을 겪은 뒤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진로와 학습/학교 적응 등 이전과 다른 형태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월드비전 심리정서지원사업’에 대한 결과 분석을 발표했다고 29일(월) 밝혔다.
월드비전 심리정서지원사업은 2022년부터 코로나19 이후 대외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월드비전 지원 아동들의 상담 내용과 여러 매체 보도를 바탕으로 이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월드비전은 등록 아동 중 심리정서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정서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업 결과 분석은 아동과 가정이 심리정서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파악하고, 월드비전의 지원사업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점검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 결과 분석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월드비전의 17개 지역사업본부와 복지관에서 진행된 214개 등록 아동 및 보호자 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며, 강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염태산 교수가 주관했다.
상담 유형별로 아동의 연령대는 전체 아동의 33%가 초등학생 연령대이고, 대략 67%가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이다. 상담에 참여한 아동의 평균 연령은 13.0세(표준편차 3.41)다.
분석 결과(중복 집계), 아동 상담 사례에서는 인지정서에 대한 고민이 7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지정서 문제는 자존감, 자신감, 자기효능감의 부족,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정서상의 어려움, 자기 표현 부족 등이 해당된다. 이어 가족관계에 대한 고민이 31%로 조사됐으며 대인관계(29%), 공격성 및 품행 등 행동(25%), 학습 및 학교적응(20%)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은 평균적으로 2개 이상의 항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상담의 경우, 2022년에는 가족관계 관련 상담(34건)이 진로 및 학교생활 관련 상담(19건)보다 많았던 반면 2023년에는 진로 및 학교생활 관련 상담(34건)이 가족관계 관련 상담(21건)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정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족 내 갈등이 증가해 관련 상담이 많았고, 2023년부터는 학교 등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면서 가족관계보다는 학교적응 및 가족 외 대인관계와 관련된 어려움을 다루기 위한 상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아동 상담과 함께 보호자 상담도 진행됐는데, 보호자 상담(중복 집계)에서는 정서 문제가 82%로 가장 높았고 양육 기술에 대한 고민이 44%, 가족관계 26%, 기타 문제가 13%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보호자는 평균 1.6개 항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드비전의 심리정서 지원사업을 통해 아동의 경우 가장 큰 개선이 나타난 분야는 인지정서 고민으로 67%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가족관계 개선이 26%, 학습 및 학교 적응이 23%, 행동 문제와 진로 문제가 각각 17%, 대인관계가 16%로 조사됐다. 한편, 보호자들은 정서 문제 개선이 7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양육 기술 개선이 38%, 가족관계 개선이 36%, 기타가 13%로 집계됐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 본부장은 “월드비전 심리정서 지원사업이 아동과 보호자가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담당 사회복지사와 전문 상담가 간의 원활한 소통, 보호자 상담 병행, 정기적인 회의와 모니터링을 통해 상담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며 “아동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가족관계에서 대인관계, 진로, 학습 및 학교적응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상담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보호자의 우울감, 무기력, 스트레스, 분노 등 정신건강 문제가 아동 양육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아동뿐만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상담도 병행함으로써 보호자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