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단의 목회자 징계에 개입한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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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행사에서 성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집례해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서 출교된 이동환 씨에 대해 법원이 판결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 씨가 요청한 교단 출교 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건데 교단의 법을 위반한 목사에게 내린 교단의 징계를 사회 법정이 정지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1부는 지난 18일 이 씨의 출교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이유로 교단의 징계가 과하다고 했다. 교단이 최고 징계를 결정하며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언급한 “여러 사정”이란 게 좀체 납득이 안 된다.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고, 헌법에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징계 수위는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함이 상당하다”고 한 부분이다. 해석에 따라 동성애를 금한 교단 법이 잘못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소지마저 있어 보인다.

이 씨는 지난 2019년 인천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해 2020년에 기감 경기연회로부터 정직 처분 2년을 받았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교단 헌법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 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총회 재판위원회가 이를 기각함으로써 징계가 확정됐다.

문제는 이 씨가 항소 중에도 자숙하는 모습 없이 2020년 온라인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동성애자 축복식을 집례하는 등 추가로 동성애 찬동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교단 목회자들에 의해 다시 피소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감 경기연회에서 출교 판결을 받게 된 건 이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경기연회의 재판에 문제가 있었다면 기감 총회 재판위가 제동을 걸었겠지만 교단이 이 씨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출교 처분이 확정됐다.

재판부가 기감 교단의 재판 과정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 그 근거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교단 장정(법)에 문제가 있다고 봤거나 아니면 이 씨에게 출교 처분한 교단 재판에 절차적 하자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교단이 소속 목회자에게 동성애 찬동 행위를 금지한 것은 사회 법정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재판부가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거라면 그건 교단의 신학과 정체성에 개입한 것으로 사법부가 종교의 자율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그게 아니라면 교단 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이 씨에 대한 기소 과정과 경기연회의 판결, 총회 재판위의 항소 기각까지 교단 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재판부가 교단의 재판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볼만한 결정적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 씨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건 재판부의 동성애에 대한 포용적 관점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이들이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가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고, 헌법에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한 부분은 사실 교단의 재판에 하자가 있는 것과 연관성이 1도 없다. 만약 사회적 시대적 흐름에서 동성애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고 교단이 이를 재판 내용에 감안했어야 했다는 뜻이라면 법리가 아닌 정서적 판결을 하라는 강요나 마찬가지인데 사법부가 제시할 합당한 근거는 아닐 것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함이 상당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매우 충격적이다. 대놓고 교단법이 국가인권위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식인데 역으로 교단 목사가 교단법이 아닌 국가인권위 법을 따랐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된다.

만약 이것이 이 씨의 가처분을 인용한 근거라면 재판부가 착각한 게 있다. 이 재판이 일반인이 아닌 교단 목회자가 교단 법을 위반해 받은 징계라는 사실이다. 목사가 교단의 법을 어겨 받은 징계에 대해 국가인권위 법과 사회적 흐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죄형법정주의’라는 재판의 기본 상식과 틀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씨는 가처분이 인용되자 자신이 시무하던 영광제일교회에서 담임목사 복직 환영식을 갖는 등 교단이 자신에게 내린 징계처분을 빠르게 지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재판부가 이 씨의 가처분을 인용, 교단 출교 판결의 효력을 정지했다고 교단의 출교가 완전히 해지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가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판결 무효 확인 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이 목사가 받은 출교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한 것이 이 씨가 본안 소송 판결이 나기까지 목사직을 유지하는 의미인지에 대해선 교단이 나서 이를 명확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 씨의 가처분 인용에 기감 제35회 총회 동성애대책위와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등 교단 안팎의 반동성애 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동성애를 지지 찬동하는 행위에 대해 기감 뿐 아니라 예장 합동, 통합 등 대부분의 교단이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각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치리권은 그 법적 정당성이 현저히 결여되거나 절차의 부당성이 발견되지 않는 한 사회 재판이 간여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이번처럼 사법부가 교단의 목회자 징계에 개입하는 일이 반복되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남은 본안소송에서 바로 잡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