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신학자이자 목사 그리고 나치 독일의 제3 제국에 대해 저항했던 디트리히 본회퍼는 순교당하기 직전 독방에 갇혔지만 진정한 자유를 얻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몇 년전 어느 목사가 태극기 집회에서 본회퍼를 오독하는 발언을 듣고 충격을 받은 역자 권오성 목사(수도교회)는 저자 마이클 반 다이크 교수(코너스톤 대학교 영어 인문학)가 집필한 <디트리히 본회퍼 이야기>를 번역해서 출간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음산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감옥에 도착하자 디트리히를 죄수복으로 옷을 갈아입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관리들은 그냥 무시했다. 시계, 커프스단추, 지갑, 펜과 같은 개인 소지품을 전부 몰수해서 작은 헝겊 가방에 넣었다. 그런 다음 그를 배식 구멍 하나만 있는 견고한 문들이 있는 복도를 따라 데리고 갔다. 그 문들 중에 하나가 열렸고, 길이가 약 3m, 폭이 약 1.8m인 감방에 디트리히를 밀어 넣었다. 어두웠지만 그는 그곳이 아주 더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감방 한구석에 작은 간이침대가 하나 있었고, 눈높이보다 위쪽에 작은 창문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오후 햇빛이 약간 들어왔다. 간이침대 맞은편에 낡은 의자가 하나 있었다. 디트리히는 그것을 창문 밑으로 가져와서 올라갔다. 밖을 내다보니 눈앞에 베를린이 전부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운 베를린, 그러나 불행한 운명의 베를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고향이고, 꿈을 키우고 살았던 곳이었지만 그는 베를린이 패망하기를 기도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 패망이 나치의 멸망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디트리히는 교회가 올바른 그리스도의 형상을 꽉 잡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에게 있어서 ‘교회 투쟁’ 전체가 그리스도의 형상 때문에 벌어진 투쟁이었다. 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적을 뿌리 뽑고 무자비하게 멸망시켰던 게르만 정복자로 묘사했다. 디트리히에게 이것은 이교도적 형상이었다. 그 대신에 그는 성육신으로 되돌아갔다. 거기서 하나님이 실제로 누구인지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 다시 말해서 교회 개혁에서 성육신이 하나님 형상의 기초가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죄와 죽음의 한가운데로 들어오신 분의 형상이고, 인간의 모든 슬픔을 스스로 짊어지신 분의 형상이다. 그것은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겸손하게 감당하고, 고난과 죽음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에 변함없이 헌신하는 분의 형상이다. 그는 가난하게 태어난 자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이고, 사람으로부터 배척받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비통한 사람이다. 여기에 인간이 되신 하나님이 있고, 여기에 새로운 하나님의 형상이신 인간이 있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디트리히는 의자에 똑바로 앉았다. 마침내 그는 그런 식으로 능욕당하는 것에 지쳤다. 얼굴이 붉어지며 그가 말했다. ‘내가 조국에 충성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지금 당장 보여주기 바랍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미 철저하게 조사했는데 거기에서 당신이나 당신 동료들이 나를 여기 죽음의 구렁텅이에 가두어서 크리스마스를 또 내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있게 할 만한 어떤 것이라도 발견했는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 질문에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내가 결백하거나 혹은 당신이 멍청해서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몹시 화가 나서 말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앞에서 말한 것을 다시 반복하겠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내가 행한 모든 일은 합법적인 방첩 활동이나 혹은 그리스도의 사역자로서 나의 업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이 두 가지 활동이 의심을 받는다고 하면 그것은 가장 정직한 시민들의 행동조차 오해하기 쉬운 아주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다음에 디트리히는 지쳐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