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파키스탄 아시아 3개국에서 기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적지원을 시작한다고 23일(화)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 각각 5만 달러, 베트남 3만 달러를 배정해 총 13만 달러, 한화로 약 1억 8천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
해당 아시아 3개국은 몬순 우기에 접어들면서 폭염과 폭우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적도 인근에서 높은 수온을 보이는 엘니뇨 현상이 물러나고 올여름(6~8월) 중립 상태로 접어들거나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 홍수, 가뭄, 폭염, 한파 등 극한 날씨를 야기하는 엘니뇨가 중립 상태로 넘어갈 때 동아시아에서는 다양한 기상 현상과 함께 날씨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5월, 파키스탄은 평년보다 기온이 4~8도 높아지고 최고 온도가 40~50°C를 육박해 긴급 폭염 대응에 나섰으나, 불과 두 달 만에 평년보다 높은 강수량이 예상되며 폭우와 홍수 대비를 강화했다. 파키스탄은 2년 전 대홍수로 국가 전역이 물에 잠기고 8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후에도 빈번한 폭염과 홍수로 수천 명의 아동이 질병에 걸리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유엔이 올해 약 3백만 명의 파키스탄인이 홍수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파키스탄 보건부는 현재까지 약 2만 6천5백 명이 콜레라 의심 증상으로 분류됐으며, 130만 명이 말라리아에, 1만 1천6백 명이 뎅기열에 걸려 지난해보다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도 올봄 엘니뇨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최고 기온이 45도에 육박하는 등 매우 극심한 폭염이 전국을 휩쓸었다. 한편, 지난 5월에는 거대 사이클론 레말이 강타하며 16명이 사망하고 아동 160만 명을 포함해 375만 명이 피해를 봤다. 물에 잠겨 거대한 섬처럼 변한 마을은 보트로만 접근해야 했으며, 농경지와 새우 및 어업 양식장이 파손되며 많은 주민이 생계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저수지와 우물이 심각하게 손상돼 깨끗한 물에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바닷물의 염분이 토양에 침입하는 현상으로 인구의 4%에 달하는 6백만 명이 영향을 받았으나 2050년까지 1천360만 명, 2080년까지 1천48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여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심화할 전망이다.
베트남 역시 메콩강 유역에서 가뭄과 해수 침투 상황이 극심해져 아동 14만 명을 포함해 29만 명 이상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메콩강 상류의 과도한 물 사용과 엘니뇨 현상 악화로 봄철 강우량이 감소하면서 가뭄이 심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지하수와 농지에 염분이 침입해 농작률 재배량이 감소하면서 피해 지역 가정의 경제 활동과 아동의 교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갈등과 불안정이 심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능력이 약화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정태영 총장은 “기후위기는 곧 아동권리의 위기다. 폭염, 폭우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하면 질병에 취약한 아동의 건강이 위협받고, 휴교로 인해 교육권이 침해되는 등 아동에게 즉각적인 피해를 미친다. 최근 파키스탄에서는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학교 휴교령이 내려져 학령기 아동의 절반 이상인 2천 6백만 명이 교육받지 못했으며, 베트남에서는 가뭄으로 통학용 배편 운영이 중단되면서 등교가 어려워진 아이들이 속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이클론, 홍수 등으로 집이 무너지고 친구나 가족을 잃은 아이들은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겪었다. 기후위기에 가장 적은 책임을 가진 저개발 국가에서, 특히 더 적은 책임을 가진 취약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기후 정의를 되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지역 사회가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