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의 자유 ‘무용지물’ 만든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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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 당국이 교회에 내린 집합금지 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지난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광주안디옥교회가 광주광역시장을 상대로 낸 ‘집합금지 처분 취소 청구’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한 건데 교계는 헌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종교의 자유’를 무시한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은 광주안디옥교회가 지난 2020년 8월, 대면예배를 금지한 광주광역시의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6차례의 대면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박영우 담임목사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불복한 교회가 집합금지 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전합도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1, 2심의 손을 들어줬다. 집합금지 처분이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을 위반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사건의 쟁점은 집합금지 처분이 비례와 평등의 원칙 등을 위반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에 있었다. 이에 대해 전합은 해당 처분이 당시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해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위해 대면예배를 금지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 전합의 이런 판단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면서 행정 편의주의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종교시설을 비말 발생이 많은 활동이 주로 이뤄지거나 이용자의 체류 시간이 비교적 길게 나타나는 등의 특징을 가진 시설들과 함께 분류한 것에 대한 시각이다. 이에 전합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합리적 근거 없이 종교시설만을 차별해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종교시설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다른 시설보다 더 강화된 인원 제한과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었다. 방역 당국이 종교시설을 코로나19 확산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사전에 이런 조치를 했다는 건 교회도 이를 수용했고 이미 사전에 모든 위험요소를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그래놓고 무턱대고 현장예배를 금한 게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아니면 뭔가.

예배가 생명인 교회의 숨통을 아예 끊는 조처를 하려면 최소한 교회가 그에 상응하는 잘못이나 범죄를 저지른 증거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교회는 예배를 드리던 중 단 한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방역 조치에 철저히 따랐다는 뜻이다. 그런 교회를 단지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벌한 건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리를 행정명령 등으로 얼마든지 제한, 억압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전합 일부 대법관들도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 처벌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방역 당국이 집합금지 처분을 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을 고려해 위험 예측에 관한 판단을 했는지, 기록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 점이다. 이들 대법관은 “기존에 시행되어 적정한 조치라 평가받은 인원 제한, 거리두기 등의 조치의 강도를 높이는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곧바로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하는 이 사건 처분으로 나아간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지자체의 과잉 행정을 지적했다.

대법관들은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긴급하더라도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는 등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일부 시설과 종교시설 간의 차등을 예로 들었다. 식당이나 결혼식장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조치를 유지하면서 종교시설 전체에 대해 전면적 집합금지를 명한 것이 본질적으로 같은 시설들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한 것이란 지적이다.

교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교회에 내린 집합금지 처분이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전합의 판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는 대법원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종교시설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한 공권력 남용에 대해 대법원이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손을 들어준 것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지역 주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지자체가 행정명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원칙론에 기반을 둔 듯하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니 조금 지나친 점이 있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정당국의 논리가 대법원에서까지 통용되는 건 곤란하다. 대법원 전합이 이번 판결에서 놓친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행정명령 간의 충돌하는 부분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헌법 제20조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명령과 따로 떼어놓고 판단한 건 아무리 감염병 확산이라는 비상상황이라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행정당국의 과잉 공권력에 면죄부를 주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 전합의 이번 판결을 놓고 헌법의 기본권을 지자체의 행정명령보다 하위 개념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판단은 삼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그렇게 되면 비상상황에서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는 정지되고 한낱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바른 답변이 이와 유사한 재판에서 제대로 내려지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국민의 기본권은 점점 더 ‘무용지물’로 취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