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영화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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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작가,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황선우 작가

최근 개봉된 북한 소재 영화 ‘공조2’, ‘육사오’, ‘헌트’ 등은 재미는 있었으나 감탄·감동은 없었다. 북한을 그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저 하나의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장소 정도로만 그렸기 때문이다. 북한의 참혹한 현실은 말하지 않은 채, 관객으로 하여금 북한을 그저 ‘신기한 곳’ 정도로만 느끼게 제작한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된 영화 ‘탈주’는 오랜만에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재미도 있었고 감동도 함께 다가왔다. 목숨 걸고 탈북하는 임규남(이제훈)의 스토리를 담았고, 북한 고위층을 결코 미화하지 않았다. 북한 보위부 장교 리현상(구교환)이 동성애 하는 듯한 내용이 있었지만, 이는 동성애 미화는 아니었고 북한 고위층이 그만큼 음란함을 더 보여줬다.

영화의 메시지 또한 정확했다. 영화 후반 임규남의 대사, 북한군 병사였던 임규남이 분대장 승진을 거부하고 탈북하면서 남긴 말이다.

“실패하려고 가는 거예요. 여기는 실패도 할 수 없잖아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다 정해져 있는 북한에서, 자신의 계급(성분)을 바꿔주겠다고 하는데도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친북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자주 말하는 “대한민국도 금수저나 잘 살고 나머지는 거기서 거긴데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 같은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말이다.

임규남의 말이 맞다. 임규남도 탈북 후 대한민국에서 대출까지 끼면서 창업을 시작하지만, 북한에서보다 삶이 나은 건 물론 애초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삶이란 걸 살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금수저만 잘산다’는 건 헛소리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들어맞는 소리도 아니다. 북한 고위층인 리현상도 자신의 삶을 포기했으니 북한에 머무르는 것이지, 그에게도 한때 갈망하던 비전이 있었다. 즉, 북한 고위층이나 조선시대 양반으로 사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일반인으로 사는 게 훨씬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 영화에서 보여준다.

임규남의 삶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도 큰 메시지를 남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 문재인 정부 때 공무원 늘린다 할 때는 공무원 하고 싶어 난리더니, 윤석열 정부 들어 의대 증원하니 의사 되겠다고 난리다. 공무원과 의사 모두 매우 좋은 직업이지만, 도전 정신은 사라진 채 그저 안정성만을 바라보며 공무원과 의사 하겠다고 하니 이 좋은 직업들이 점점 초라해진다. 청년들이 바라는 건 뭔가? 북한 고위층처럼, 꽤 높은 자리에 있지만 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삶인가?

당장은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는다. 또 이런 상황에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공무원 늘리고 의대 증원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것에 ‘탈주’ 임규남의 삶이 좋은 메시지를 남기길 바란다.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