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구원은 누구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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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 교수

2017년 12월 2일, 호흡기 문제로 세상을 떠나 천국으로 이사 간 R. C. 스프로울(R. C. Sproul)이란 저명한 기독교 인사가 있다. 그는 미국의 개혁주의 신학계를 선두에서 이끈 저명한 신학자요 저술가요 목회자로서, 딱딱하게 들리는 성경 교리를 명쾌한 논리와 적절한 예화로 풀어내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왜?’라는 질문으로 가득했던 소년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예수님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왜’ 예수를 믿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읽고 확신을 가진 후 또 다시 ‘왜?’라고 질문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확실한 진리인 성경을 믿지 않는 걸까?’ 내가 모태 신앙인 것을 제외하고는 성경과 신앙에 관한 질문이 많았던 나와 가장 흡사한 분이라 생각되는 신앙의 출중한 선배이다. 그는 성경의 진리를 사람들이 의심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많은 철학자의 책을 섭렵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그에게 성경만큼 확실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입학했던 신학교에서 스프로울은 갖가지 신학 이론과 성경의 신빙성에 대한 회의에 부딪혔지만, 그 회의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더욱 확신 있는 복음주의자가 되었다. ‘의심은 확신을 가장 확고하게 다져주는 최상의 도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낙스신학대학교 등 여러 주요 신학교에서 신학과 변증학 교수로도 재직했다.

또 오랫동안 플로리다주 세인트 앤드류 채플에서 말씀을 전했다. 평생 각종 강의와 콘퍼런스, 방송과 저술 활동으로 교회를 섬겼다. 1994년 「크리스채너티투데이」 비평가들이 뽑은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학자’ 3위로 선정되었고, 2017년 소천할 때까지 약 90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리고니어 선교회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기독교 진리를 알리려고 노력했던 최고의 신앙 인물 중 한 분이다.

그가 쓴 간결한 문장들은 성경의 진리들을 이해하기 쉽게 명쾌하게 잘 정리한 보고들이다. 그중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성경의 복음 진리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내용이다.

“Salvation is based on free will, the free will of a Sovereign God.”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구원이란 자유의지, 즉 주권자 하나님의 자유의지에 기초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구원이란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의지로 된 것이다’란 뜻이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맞느냐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맞느냐?에 관한 질문들이 오랜 세월 기독교 역사에서 제기되어왔다. 이것은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에 관한 질문과도 같다. 당연히 닭이 먼저다. 그처럼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의해 구원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자유의지로는 결코 하나님을 알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이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천재적인 학자도 내가 볼 때는 불쌍할 정도로 무식한 사람으로 판단된다. ‘성경이 말씀하는 창조론’만 믿어버리면 그 우수한 머리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쓸 기독교 명저들이 많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진화론을 신봉하고 주창하고 있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 이유가 뭘까?

‘기독교 신앙’이란 하나님이 역사하셔서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아무나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동물이나 우주 만물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자유의지를 준 게 맞다. 하지만 스프로울의 말마따나 구원은 하나님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우리에게 부여된 자유의지란 것도 주권자 되시는 하나님의 자유의지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단 말이다.

‘통제받는다’고 슬퍼하거나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 일인독재 체제하에서의 통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방바닥에 기어 다니는 아이에게 부모의 통제는 기쁨이요 축복이 아니던가! 선하시고 자비가 많으신 하나님의 통제 아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내 맘대로의 자유의지라면 결코 천국에 이를 수가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 간섭하시고 보호하시고 책임져주시는 통제와 제한이 계속 필요함을 절감해야 한다.

“구원이란 자유의지, 즉 주권자 하나님의 자유의지에 기초한 것이다.”

우리가 매일 묵상하고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자유의지가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와 이끄심에 의해 그분의 마음에 합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실천됨으로 창조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멋진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