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 시도로 부상을 입은 지 불과 이틀 만에 공화당 전당대회에 깜짝 등장해 지지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15일(현지시간) 오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찼다.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총격을 당해 피를 흘리며 대피했던 트럼프는 이날 오른쪽 귀에 하얀 거즈를 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8시 58분경 대회장 스크린에 트럼프의 모습이 비치자 현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트럼프는 오후 9시 1분경 단골 주제가인 '갓 블레스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천천히 입장했다. 쏟아지는 함성에 오른손을 들어 화답하며 귀빈석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는 이날 부통령 후보로 선택된 JD 밴스 상원의원 등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대회장의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공화당원들은 "USA"를 외치다 이내 "FIGHT, FIGHT, FIGHT"를 연호했다. 이는 트럼프가 총격 당시 외쳤던 말로, 지지자들은 이를 되풀이하며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는 이에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고, 곧이어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트럼프는 이날 직접 연단에 오르거나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지는 않았다. 대신 약 1시간 동안 전당대회장에 머물며 연사들의 발언을 지켜봤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은 밴스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선정된 후 처음으로 트럼프와 나란히 선 모습을 보인 날이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 정족수를 확보해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 자격을 갖췄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에는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서 대권을 향한 당내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이번 등장은 암살 시도라는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의지와 지지 기반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총격 사건 이후 예정대로 강행된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폭력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폭력 방지와 안전한 선거 환경 조성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