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각) 대한민국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 지지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도했다. FT는 이를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했다.
FT는 대한민국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 1001명 중 66.0%가 "찬성" 또는 "매우 찬성"을 표명했다. 이는 지난해(60.2%)보다 5.8%p 증가한 수치다.
특히 우리 국방을 위해 주한미군 주둔과 핵무기 보유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핵무기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44.6%로, 지난해(33.8%)보다 10.8%p 더 높았다. 이는 주한미군 지지율(40.6%)보다도 높은 수치로, 통일연구원은 이러한 결과가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FT는 이러한 여론 변화의 배경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밀착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함께, 한미 동맹에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지목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2번째 대통령 임기에 대한 두려움과 한국 핵무기 지지 사이의 상관관계가 발견됐다"며 "사람들은 트럼프의 복귀를 두려워할수록, 안심을 위해 핵무기에 의지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정책 프로그램 공동소장인 토비 돌턴은 "한국에서 핵무기 찬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부상한 것은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정치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정당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맹국은 결코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팀슨 센터의 레이첼 민영 리 선임 연구원은 "핵 옹호자들이 미국의 한국 방위에 대한 헌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동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더욱이 북한을 격려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