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 소수자 축복한 목사에 칼 빼든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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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동성애대책위원회(동대위)가 지난달 서울 퀴어문화 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진행한 교단 소속 목사 6인의 회개를 촉구하며 소속 연회에 엄중 처벌을 요청했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남노회가 엄 모 목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서울 퀴어축제 축복식 관련 목회자에 대한 조사 처벌 문제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감 제35회 총회에서 구성된 동대위는 지난 8일 인천 소재 기감 중부연회 사무실에서 동성애자 축복식을 진행된 교단 목회자들을 소속 연회를 통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유는 이들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있는 대로 지난 6월 1일 서울퀴어축제에서 기감 소속 목사 6인이 동성애 축복식에 참여했는데 이 자체가 “반성경적이며 기감의 ‘교리와 장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기감 동대위가 서울 퀴어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교단 목회자들을 각 연회별 동대위 위원들이 나서 기소위원회에 고발하도록 요청한 건 기감 교단 내에 스며든 동성애 지지 옹호세력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그 증거로 지난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해 정직 판결을 받고도 계속해서 동성애 찬동 활동을 해 지난 3월 기감 총회로부터 최종 출교 조치를 받은 이동환 씨를 소환하기도 했다. 이 씨 판결로 퀴어축제에 참석해 동성애 축복식을 한 행위가 성경과 ‘교리와 정정’을 정면 부정하는 범과임이 명확해졌음에도 또다시 교단 목사 6인이 동성애 축복식에 참석해 축복식을 진행한 행위는 “매우 의도적”이란 게 결론이다.

기감 동대위가 이들의 범과를 지적하고 기소 의견을 밝혔으나 무조건 처벌에 무게를 둔 건 아닐 것이다. 교단의 법과 교리를 어긴 잘못에 대해 뉘우침과 회개를 촉구한 점을 보면 속내를 알 수 있다.

기감 ‘교리와 장정’ 1403단 제3조 8항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를 범과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이동환 목사의 경우,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처하도록 한 교리와 장정 1405단 제5조 3항에 의해 정직 처분을 받은 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동성애를 찬성 동조하는 행위로 출교에 이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서울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한 6인의 목회자를 각 연회가 처벌하기에 앞서 자숙할 기회를 주는 데 주안점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들 목회자가 자신들의 행위가 성경의 가르침과 교단법에 어긋난다는 걸 몰랐다거나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소속 연회에 선처를 호소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앞서 이동환 씨처럼 동성애 옹호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성애 옹호를 금지한 교단의 법보다 성 소수자 축복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소신과 신념 없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건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대위는 기회를 주었는데도 회개하지 않고 교단의 법을 조롱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발표한 성명에서 “(동성애 옹호 지지 행위를) 간과할 수 없으며,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끝까지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고 ‘교리와 정정’을 수호해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한 감리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같은 동성애 옹호 전력으로 교단 목회자가 교단 최고형인 출교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음에도 제2, 제3의 유사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기감 동대위의 결단은 제 살을 돌려내는 아픔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서든 동성애 확산만은 저지하겠다는데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감 한 교단만의 절박한 몸부림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서울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진행한 목회자는 30여 명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기감뿐 아니라 통합 등 주요 교단 목회자가 포함돼 있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기감 동대위가 “서울퀴어축제의 동성애 축복식에 참여한 목사들은 출신 교단이 기감뿐만 아니라 다양하다”며 “기감이 동성애 축복식에 참여한 목사 6인을 바르게 치리한다면, 다른 곳도 따라올 것”이라고 한 점이 바로 그 대목이다.

기감 측이 이 문제를 거론하기 전인 지난 6월 11일 예장 통합 전남노회는 소속 엄 모 목사에게 동성애 옹호와 관련해 경위서 제출과 출석 통지서를 보냈다. 엄 목사가 서울 퀴어축제 때 목회자 30여 명과 함께 축복식을 한 인물로 지목되자 해당 노회가 경위 파악에 나선 것이다. 조사 결과 동성애 지지·옹호를 금지한 교단 헌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식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가 어떤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 수위를 정하는 건 교단이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징계와 처벌이 능사일 순 없다. 목회자도 사람이기에 때론 실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성하고 뉘우치도록 하는 계도가 중한 처벌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고의성이다. 의도적으로 반복해 저지르는 행위를 실수라며 매번 덮고 갈 순 없다. 동성애의 경우, 성경에 명시된 것과 다른 논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교단은 이를 기준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그걸 따르는 건 소속 목사로서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리에 속한 문제다.

교단마다 현실적인 고민이 있겠지만 법과 규정을 비웃고 조롱하는 행위를 언제까지나 감쌀 수만은 없지 않은가. 처벌이 능사일 순 없지만 도려내야 할 환부를 그대로 방치했다가 온몸에 병이 퍼지게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