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근대문화보존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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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영 목사(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

지난 5월 국가유산청이 출범했다. 문화체육부 외국으로 있다가 1999년 5월 24일에 문화재청으로 승격한 지 25년 만에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문화재청을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60년 간 지속된 문화재 체계를 국가유산기본법 제정과 시행에 따라 국가유산 체계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유산청은 “재화적 의미가 강했던 문화재 명칭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국가유산으로 변경하고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분류해 국제기준인 유네스코 체계와 연계하도록 했다.”고 명칭 변경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유산정책국 아래 '종교유산협력관'이라는 전문임기제 형태의 자리를 만들었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각 종교와 관련한 유산을 다룰 때 소통과 협력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종교유산협력관에는 조계종 대외협력실 출신의 인사가 채용되었다.

불교는 전통사찰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전통문화보존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대대적인 예산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유산협력관에 불교계 인사가 채용된 것에 대해 할 말은 없다.

왜냐하면 불교는 전통문화보존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전통문화재로 지정된 사찰들은 국가로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에 근대문화에 해당하는 개신교와 천주교 등은 ‘근대문화보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종교유산협력관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긴밀하게 소통하거나 협력할 일이 없다. 현재로서는 불교계만 환영하고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 근대화를 이끈 기독교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서는 ‘근대문화보존에 관한 법률’이 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올해로 선교 140주년을 맞았다. 선교사들이 이 땅에 입국해서 한 일은 단지 예배당을 짓고 기독교 선교를 전파한 일에 그치지 않았다.

교회를 중심으로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우고, 한글을 보급하고, 과학 기술을 보급하고 신문과 잡지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해외에 소개했다. 또한 독립운동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문맹을 타파하고, 여성인권을 신장하고, 민주주의를 정착하는 데도 앞장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전통문화와 전통 종교라는 이유로 보존과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아왔고, 기독교는 외래 종교(수입 종교)이고 근대문화라는 이유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근대문화보존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2012년이다. 연합기관과 교단, 단체, 전문가,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한 10대 정책에 포함을 해 답변을 받았다.

이어 전용태 공동대표(법무법인 로고스 설립자), 김철영 사무총장, 박명수 정책위원장(서울신대)가 2013년 2월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해 교육문화위원회 모철민 간사(교육문화수석과 프랑스 대사 역임)를 만나서 대한민국 발전에 정신적 원동력이 됐던 ‘근대문화보존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협의했다.

이어 2013년 3월 8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근대 기독교문화유산 보존과 복원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었다. 그 후로 지역에서 추진하는 기독교역사기념관 건립 등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근대문화보존에 관한 법률안은 초안이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특정종교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또 하나는 기독교 문화유산 보존과 복원을 하려면 문화재 등급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지난 2009년 당시 문화재청이 발간한 ‘근대문화유산 종교건축물 일제 조사보고서’에 보면 1920년 초에 지어진 지리산 노고단의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수양관의 원 용도는 ‘호텔’이라고 되어 있었다. 성경 66권 중 예레미야서를 제외하고 65권을 한국어로 번역작업을 한 역사적인 현장임에도 등록문화재 검토대상인 12등급에도 못 미치는 10등급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1960년 초에 지어진 왕시루봉 선교사 건물은 조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가 되었다. 그 건축물들은 각 국의 건축양식에 의해 지어어 건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처럼 등록문화재 지정 관련 인식의 전환이 없으면 한국 기독교는 근대문화보존과 복원 등에서 계속 배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특정종교가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쉽지 않다.

이를 앞장서서 풀 수 있는 곳이 국가유산청이다. 국가유산청에 종교유산협력관 자리를 신설한 이유로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소통과 협력을 위한 것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대기독교문화 보존과 복원을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배당을 비롯해 교회 소유의 부지 위에 세워진 기념관 등을 시군 지자체에 기부채납을 하여 지자체가 소유권을 갖고 교회와 사업회는 운영권을 갖는 형태가 되는 것이 보존과 관리 차원에서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인들은 우리 교회 땅을 왜 지자체에 넘겨 주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에 의해 교회 소유의 시설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거나, 또는 문화재 가치가 있어서 보존과 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공공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된다.

국민의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역임한 조영달 전 서울대 교수는 얼마전 KHN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발제를 통해 “종교교육의 법제화”를 주제안했다. 어릴 때부터 절대가치와 진리를 내재화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니는 ‘지나친 분열’과 ‘상대주의에 따른 엄청난 갈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제정되어 있는 전통문화유산보존에 관한 법률과 함께 근대문화유산보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우리 국민들에게 종교가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를 알게 하는 것은 물질 숭배 사회를 정신가치의 사회로 바꾸어 건강한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길이 될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앞장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역할을 기대한다.

#김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