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적성시험(LEET)의 일요일(주일) 시행을 재고하라

오피니언·칼럼
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앞으로 2주 후인 7월 21일에는 법학적성시험이 치루어진다. 법학적성시험(LEET)은 이공계생들에 비해 취업문이 좁은 인문사회계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문직인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첫 관문인 만큼 많은 응시자들이 몰린다. 작년에는 1만 7천명 정도가 응시하였고 금년에는 그 수가 거의 2만명에 이를 것을 추산된다. 문제는 이 시험이 매년 기독교 신자들이 ‘주의 날’(Lord’s Day)로 특별히 구별하여 거룩하게 지키는 일요일에 치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과거 법조인 등용문으로 수만명이 응시하던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이 일요일에 시행되었는데 주일성수 때문에 응시를 포기한 숭실대 법대생이 국가의 일요일 사법시험 실시는 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첫째, 대규모 응시생들이 있는 시험의 경우 시험장소가 주로 중·고등학교 건물을 빌려 진행하는 점, 시험 당일 많은 공무원이 감독자 등으로 동원되는 점, 응시생의 편의 등을 고려하면 평일 진행시 학생 출석불가능, 시험관리 인력 동원 어려움, 일반인들의 응시 어려움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므로 일요일 시험 시행은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종교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되어도 이는 공공복리상 부득이한 제한이며 둘째, 기독교 문화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는 구미 제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요일은 특별한 종교의 종교의식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휴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시험 시행일을 일요일로 정한 조치가 기독교를 다른 종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5일제가 시행됨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일요일 시험의 합헌성 근거로 내세웠던 평일, 특히 토요일 시험관리의 어려움이 사라졌고 또 일요일 시험이 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행정자치부는 2004년부터 일요일에 실시해 오던 각종 고등고시와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을 동·하계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평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필자가 최근 한국교회의 대표연합기관인 (사)한국교회총연합의 의뢰에 따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각종 시험의 규모와 시행일자는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시험을 수험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연 50면명 정도가 치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가장 규모가 크고, 그다음이 30∽40만명이 응시하는 공인중개사시험, 10∽20만 명이 응시하는 9급공무원시험 등의 순이다. 사기업이나 기관이 주관하는 시험으로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에 약 10만명 정도가 응시하며 그 다음으로는 TOEIC 시험 순이라고 한다.

국가적 행사인 대힉수학능력시험과 각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졸업학력 검정고시(중학교, 고등학교)는 전통적으로 목요일에 시행한다. 공무원임용시험, 교원임용시험의 필기고사는 토요일에 시행하며 다만 공무원시험 중 면접시험 일부를 일요일에 시행하는 사례가 있다. 한편 공인중개사, 변리사, 세무사 등 34개 국가전문자격시험은 전부 토요일에 시행한다. 삼성직무적성검사(GSAT)(2단계)는 토요일과 일요일 2일간 시행하며 TOEIC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행한다.

이와같이 과거 일요일 시험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 공무담임권, 휴식권 이 제약되었던데 대한 반성으로 지금은 모든 국가시험과 자격시험이 평일에 실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법학적성시험만 아직도 일요일에 시행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시험이 시행되는 7월 하순은 대부분 학교의 방학기간 중이라 평일에 수험장소로 차용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응시자 수에 있어서 법학적성시험보다 그 규모가 수십 배에 이르는 공인중개사시험도 토요일에 시행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에 따르면, 주일은 예수그리스도가 죽음에서 부활하신 날로서 초대교회 때부터 이날을 구별하여 부활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려왔으며 주일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영감 역사가 임하였다. 그러므로 주일에 교회 출석해서 예배를 드리는 일은 기독교신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 수 없다. 교단에 따라서 강조하는 정도는 다르지만 이처럼 주일성수는 한국교회의 오래된 믿음이자 전통이다. 따라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일요일 시험은 기독교인의 신앙의 자유. 예배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종교적인 이유로 시험에 응시하기 곤란한 경우 시험주관자는 시험의 형평성·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며 전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종교적 성일에 시험을 치루도록 강요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해 설립된 법인으로서 법무부의 위임에 따라서 법학적성시험을 주관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인 만큼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행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특정 집단을 차별할 경우 비례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기독교인의 성일인 일요일 시험으로 응시 기회를 박탈당한 기독교인의 불이익은 너무나 큰 반면 일요일에만 시험을 실시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 즉 최후수단성은 전혀 충족되지 못하는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일요일 시험 결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금년에는 이미 시험 시행일자가 결정되고 공고되었기 때문에 당장 그 변경이 어렵겠지만 내년부터라도 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험의 공정성, 기회의 균등성을 훼손하는 법학적성시험의 일요일 시행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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