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 비위 논란·소송전, 내홍 번지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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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총회를 두 달여 앞둔 주요 교단들에 총회장 성 비위 논란과 선거 관련 소송전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단마다 교세 추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들려오는 이런 파열음이 한국교회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장 통합은 김의식 총회장의 성 비위 논란이 교단 내홍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김 총회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차기 총회준비를 위한 제반 업무를 부총회장에게 위임한다”고 밝혔다. 총회가 임박한 현실에서 지금 상태로는 총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일각의 총회장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총회 안팎의 압박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교단 증경총회장으로 구성된 총회장 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긴급 모임을 갖고 발표한 권고문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총회가 위기에 처해진 사태에 대해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김의식 총회장은 모든 총회장의 직무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자숙하라”고 권고했다.

교단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 교수평의회도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김 총회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불륜 의혹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밝히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즉시 교회와 교단의 모든 직위와 직무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예장 통합은 총회장에게 불거진 사생활 논란의 여파로 아직까지 총회 장소도 선정하지 못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총회 규정에 의해 늦어도 총회 개최 두 달 전인 7월 셋째 주까지는 장소를 선정해 공고해야 하는데 난데없이 불거진 사생활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장소 선정에 아직 시간이 있지만 선뜻 총회장소를 빌려주겠다는 교회가 나오지 않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장 합동은 부총회장 피선거권을 놓고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 난립과 혼탁 선거 방지를 위해 지난 제101회 총회에서 부총회장의 입후보 자격을 2회로 제한한 게 이번 갈등을 촉발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03회와 106회 총회에 부총회장으로 입후보했던 민찬기 목사는 이 규정으로 자신의 입후보 자격에 제동이 걸리자 총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 목사는 중간에 이 규정이 개정됐고, 이전 건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는 만큼 109회 총회에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민 목사가 자신의 출마 자격을 제한한 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총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소송에서 민 목사가 승소한다면 부총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만일 패소한다면 민 목사와 그를 부총회장 후보로 다시 추대한 노회까지 총대권 정지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는 총회장의 직무정지로 생긴 리더십 공백이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침은 이종성 총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직무 정지 가처분을 받은 데 이어 선거무효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총회장 직무대리를 수행하려던 홍석훈 제1부총회장까지 후보 자격 문제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초유의 교단 리더십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단 총무가 직무대행으로 오는 9월 총회까지 교단을 이끌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교단 증경총회장 16명이 장경동 목사를 차기 총회장으로 추대하자는 내용의 글을 교계 신문에 광고로 게재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명될 경우 다시 선거무효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교단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4년 감독회장 선거 앞두고 소송전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기감 본부 사무국 총무를 지낸 모 목사가 감독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모 목사를 명예훼손과 직권남용, 횡령 등을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지난 2020년에도 감독회장 선거 앞두고 치열한 소송전을 벌인 적이 있어 감독회장 선거 때만 되면 소송 고질병이 도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요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 비위 논란과 선거관련 소송전은 가뜩이나 교세의 급각한 감소로 위기감이 팽배한 교단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구나 9월 총회를 불과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런 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건 위기 극복과 미래 비전 제시라는 정책 총회 준비에 커다란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차제에 교단마다 총회장이란 직위의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총회장이란 그야말로 총회의 의장으로 회의를 법과 상식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는 조정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교단 권위와 힘까지 한 손에 틀어 쥔 최고위 직분이 돼 버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직을 계승하는 목회자들에게 이런 류의 권위와 권력이 교회라는 공동체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저출산 고령화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고 있다. 교단 산하 교회에서 교회학교가 사라지고 청년들이 교회를 등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 교단이 이런 문제로 갈등을 양산하는 건 교회 앞날에 치명적이다. 논란이 된 교단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마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