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내려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출한도 축소 조치를 연기하면서 '영끌'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출한도를 더욱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2단계 도입을 당초 예정보다 2개월 미루기로 한 데 따른 것인데 주택 매수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스트레스 DSR 규제의 2단계 도입을 당초 7월1일에서 9월1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DSR은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가 적용되고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라면 매년 갚아야 할 은행 대출의 원리금이 20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 규제에 따라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금리로 적용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대출금리가 5%이고 스트레스 금리가 1.5%라면 대출한도 산정시 6.5%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2월 1단계로 0.35%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한 금융위는 당초 7월 0.75%(2단계), 내년 1.5%(3단계) 등으로 점차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상품 범위도 지난 2월 은행 주담대부터 적용해 7월에는 은행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주담대로, 내년 초에는 기타대출까지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추진하기로 했던 2단계 적용은 오는 9월로, 내년 초로 예정했던 3단계 적용은 내년 7월로 모두 연기했다.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범정부 자영업자 지원대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을 추진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이유다. 스트레스 DSR 확대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경우 자영업자 지원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옥석가리기가 진행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에도 악영향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이 두 달 뒤로 밀리면서 이 기간 주담대 막차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시장 회복세와 주담대 금리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영끌 현상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되면 변동형·혼합형·주기형 등 대출유형에 따라 차주별 주담대 한도는 약 3~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월말 기준 546조3060억원으로 올해 들어 16조4138억원 급증했다. 월간 증가 폭은 4월 4조3433억원에 이어 5월 5조3157억원으로 확대됐고 이달 들어서도 3주간 3조원 넘게 불어나고 있다.
주담대 금리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5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는 은행채(5년)와 코픽스 하락세에 3.91%를 기록하며 0.02%포인트 내렸다. 7개월 연속 내림세로 2022년 5월(3.90%) 이후 최저치다.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 하단도 이달 들어 연 2% 후반대로까지 내려왔다. 또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도 4월부터 상승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8월까지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수단은 다양한 만큼 정상적인 수준에서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대출한도 축소 조치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띄우기가 아니다"라며 자영업자 등 취약층과 부동산PF에 어떤 충격이 올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