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간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최대 2만 1천 명 이상의 가자지구 아동이 실종 및 구금되거나 건물 잔해나 대규모 묘지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25일(화)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간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남부의 라파에 무력 공세를 이어가자 거듭된 팔레스타인의 피난으로 더 많은 아동이 보호자와 분리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1만 7천 명의 가자지구의 아동이 보호자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4천 명 이상의 아동이 건물 잔해 등 돌무더기에 파묻히고 일부는 대규모 묘지에 매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규모로 매장된 곳에서 발견된 아동의 시신 중에는 고문이나 즉결 처형된 흔적이 나타났으며, 일부는 산채로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됐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보호팀은 “보호자가 없는 아동이 매일 발견되고 있으나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파트너 기관과 함께 부모와 분리되거나 보호자 미동반 아동의 가족을 추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자지구 내에는 아이들을 보호할 공간이 없다. 더욱이 전쟁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이 계속 피난을 떠나고 있기에 가족의 재결합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가 된 아동을 챙기는 이웃이나 친척도 피난처, 식량, 물 등 기본적인 물품이 부족하다. 많은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거나 홀로 남겨져 폭력, 학대, 착취, 방임에 노출돼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이산가족의 재결합이 지연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아동 1만 4천 명이 사망했으나 이 중 절반 가까이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다. 이 중 일부는 신체가 훼손돼 신원 확인이 불가했다.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라파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주민들이 플라스틱 텐트에 갇혀 산채로 불태워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팔레스타인 사무소는 “일가족이 사망한 경우 신원 확인이 사실상 불가하며, 가자지구로의 접근이 어려운 탓에 전문 장비를 활용한 전문가의 유해 감식조차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이후 최소 33명의 이스라엘 아동이 살해되었으며, 아직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는 아동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올 6월 기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 아동 250명은 이스라엘 군 구금 시스템에서 실종됐으며, 10월 이후 도입된 이동 제한으로 인해 가족들은 여전히 자녀의 행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중동지역 사무소장 제레미 스토너는 “사랑하는 가족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이들이 희망없이 고통받고 있다. 그 어떤 부모도 돌무더기나 대규모 묘지를 파헤치며 자녀를 찾아 헤매선 안 된다. 그 어떤 아동도 전쟁터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혼자 남겨지거나, 구금되거나 인질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실종 아동은 취약한 상태로 심각한 보호 위기에 처할 수 있기에 반드시 찾아내 가족과 재결합해야 한다. 사망한 아동의 경우,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가족에게 알려 적절한 장례가 치러져야 한다. 아동의 묘지가 된 가자지구에서 당장 전쟁을 멈추고, 생존한 실종 아동을 찾아 더 많은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