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의료개혁, 이제 그만하길

오피니언·칼럼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막장으로 달려가는 윤석열표 의료개혁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윤석열표 막장 의료개혁이 대한민국의 불쾌지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놓은 정부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사리 분별을 못한 정부는 종갓집 간장독을 깨트리는 사달을 내고 말았다. 당황한 정부는 연일 속이 뻔히 보이는 잔머리 제안과 비상식적인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코끼리가 죽거나 냉장고가 망가질 것이다. 결국 뒷감당은 국민 몫이 될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간 코끼리는 살기 위해 마지막 절규를 하고 있지만 이성을 상실한 정부는 끝내 의사들의 손목을 비틀고 숨통을 끊겠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루비콘강을 건넌 윤석열 정부의 실책은 금방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마음이 상한 1만 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진료실을 떠나 버렸고, 만 오 천명의 의과대학생들이 휴학계를 내고 강의실을 떠났다. 분노한 대학병원 교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사직서를 내고 휴진을 결정했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공계 전공 대학생들이 전공을 포기하고 반 수를 시작하고, 약대를 지원하려던 학생들이 대거 의대로 지원을 돌리고, 학원가는 의대 입시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대규모 인원 감축을 시작한 대형병원은 수백억 적자로 파산 직전에 처해있다. 제약 회사를 비롯한 관련 업종이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뒤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는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수습 정책은 3개월 만에 1조가 넘는 돈만 허비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개월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반성은 커녕 뱉어 놓은 말을 합리화하려고 비상식적인 땜빵 처방만 들이대고 있다. 사태는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다.

당장 가르칠 교수도 교실도 책상도 없다

저질 교육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정부의 졸속 대책을 보며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세계 역사상 전체주의 독재국가 외에는 이렇게 무지식하고 무대뽀로 밀어부치는 정부는 없었다. 가르칠 교수도 교실도 책상도 없는데 입학 정원만 늘리면 의료개혁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밀고 나가는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윤석열표 막장개혁에 브레이크를 걸어 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왜 여당 국회의원들은 말을 못 하나? 소신 있는 정부관리는 한 사람도 없는가? 대한민국의 지성은 다 죽어있는가? 야당의 어거지 주장에 팩트를 들이대며 호통을 치던 총리가 혹시나 직언을 해 줄까 기대했으나 실언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을 날카롭고 소신있게 지적하던 전 경제부총리 역시 눈치만 보고 있다. 보수주의 지식인들은 깊은 고뇌와 혼란에 빠져 있다.

대통령부터 정당 대표, 정부 관계자들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환자들이 빨리 치료받고 싶어하니 사직서를 거두어들이고 진료실로 속히 돌아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똥을 쌌으면 최소한 똥이라도 치우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똥을 치우지도 않은 방에 들어와 앉으라고 한다. 당신이라면 똥 싼 방에 배알도 없이 들어가겠는지 묻고 싶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무례하고 몰상식한 요청을 못 할 것 같다. 전공의는 내가 불편하니 혹사 시켜도 되는 비인격체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이들이다. 기본권을 보장받고 싶고 받아야 할 국민이다.

윤석열표 검수완박

지난 문재인 정권과 21대 국회에서 사법부 무력화를 감행한 끔직한 일이 여럿 있었다. 검수완박법이 대표적이다. 다수당의 횡포에 밀려 만들어진 떼법이다. 검수완박법의 폐해는 속속들이 노출되고 있다. 최대의 수혜자는 방탄 국회와 방패 입법으로 법망을 피해 버젓이 활동하는 자들이고 최대의 피해자는 보수주의 진영과 윤석열 정부다. 검수완박법과 방탄 국회, 방패 입법이 다시 벌어지면 안 된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없는 행태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다. 의과대학 교육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의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의과대학이 의학교육의 수준과 질을 유지하기 위한 평가 기준이다. 만약 평가 대상 의과대학이 이 기준을 통과 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자격이 없어진다. 연이어 평가에 통과 하지 못하면 교육역량이 안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의과대학을 폐교시키게 된다.

의평원 기준 중 정원의 10% 이상 증원이 있으면 증원된 인원을 교육할 역량과 시설이 갖추어진 상태인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현재 추세라면 교실도 교수도 부족하기에 평가 기준미달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교육부와 복지부는 의대 신입생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 가관인 것은 걸림돌이 된 의평원의 평가기준을 어거지 입법으로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윤석열표 검수완박법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부가 그간 없었던 조건을 달아 의평원에 대한 인정기관 재지정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 여당에서는 의과대학이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했어도 예비 계획서만 제출하면 기준을 통과 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입법을 하겠다고 한다. 하다 하다 별 짓을 다하고 있다. 제 정신으로 이런 법안을 만들 수 있나 싶다. 페이퍼 컴퍼니로 불법대출을 일으킨 금융 범죄와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준비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묵묵히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한다.

개혁 같지도 않은 개혁 주장 이젠 그만하길

격노하는 개혁은 이제 그만 멈추었으면 한다. 준비 안 된 졸속 개혁 주장과 엉터리 개혁 주장은 거두어들여야 한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고 추진한 선동정책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이라는 구호가 선동 도구로 변했을 때 억울한 희생양과 국부 손실이 따라온다. 정권 유지를 위해 밀어 부친 억지 명령과 틀어막기 행정을 국민은 듣고 보고 있다. 지금은 말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등을 돌리고 있다. 당신들만의 억지 개혁은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 양심과 이성이 살아있다면, 조국을 생각하는 애국심이 조금이라고 남아 있다면 여기서 멈추어 서길 바란다.

개혁은 개혁의 목적과 방향, 방법이 합당하고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개혁에 동참하고자 하는 참여 의욕이 일어나야 한다. 자신의 입맛대로 끌고 가는 것을 개혁이라고 억지 부릴 때가 아니다. 개혁이 순리에 맞지 않거나, 목적과 방향, 방법이 합당하지 않으면 불순한 의도로 오용하거나 악용하는 것이다. 의료 하향평준화는 의료 개혁이 아니다. 뒷감당은 선동에 빠진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

지금이라도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 잡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과 윤석열 정부 모두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머뭇거리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보수주의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만이 나라와 민족을 개미지옥에서 건져 줄 것이다. 용기와 결단은 자신을 내려놓을 때 얻을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