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교사 활동이 ‘국가안보 위협’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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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헌법재판소가 외국 국적의 기독교인 9명을 ‘선교 활동’ 혐의로 추방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확정해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인데 법으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정치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억압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헌법재판소가 최근 ‘N-82’ 이민 코드를 근거로 정부의 외국 기독교인 추방 조치가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튀르키예 정부가 외국인들에게 ‘N-82’라는 합법적인 거주 지위를 보장해 놓고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추방 조치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 “신청인들은 터키에 거주하는 동안,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는 데 어떠한 방해나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는 불만이 없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N-82’ 제한 코드가 적용된 신청인인 두 명이 자발적으로 터키를 떠났고, 신청인 두 명은 여전히 터키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점을 판결 이유로 설명했다.

그런데 튀르키에 법원의 이런 입장은 헌법재판소 내에서조차 궁색한 변명으로 취급될 정도다. 헌법재판소장인 쥐흐튀 아르슬란 판사는 “항소인들의 선교 활동이 공공질서나 안보를 위협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판결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행정 또는 사법 절차에서 신청인들의 활동이 공공질서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구체적인 정당성이 제공되지 않았다”며 “반대로, 신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 활동을 공공질서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단정적이고 추상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르슬란 판사는 이어 “신청인들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간섭이 없었다는 것은 명백하다”라는 판결문 내용을 정면에서 반박하면서 “기본적으로, 이는 결정문의 ‘사건 및 사실’ 부분과 ‘신청인들의 주장 및 목사의 의견’ 항목에서 나온 발언들을 통해 N-82 제한 코드는 신청인들의 선교 활동 때문에 적용된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것이 신청인들의 종교 자유에 대한 간섭을 구성한다는 것은 설명할 수 없다”라고 했다.

기독교 법률 단체인 국제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은 성명을 발표하고 “튀르키예 법원이 유사한 사건에서 외국 기독교인에게 만장일치로 불리한 판결을 내려왔으나 이번 판결에선 판사들 사이에조차 반대 의견이 표출하는 등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 사법 역사상 ‘N-82’ 코드 관련 사건을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에 의해 결정한 최초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ADFI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약 185명의 외국 개신교 목사들이 튀르키예에서 추방되거나 재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이는 수년간 평화롭게 살아온 기독교들을 튀르키예 정부가 차별적인 표적을 씌워 쫓아낸 비인도적 행위로 튀르키예가 가입한 유럽인권조약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것이다.

튀르키예 정부가 외국 국적의 기독교인을 종교적 이유만으로 추방할 수는 없다.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방의 합당한 구실을 찾은 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빨간 딱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실은 헌법 재판소내 판사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명분이 약하다. 헌법재판소장인 아르슬란 판사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건에서 행정 또는 사법 절차에서 신청인들의 활동이 공공질서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구체적인 정당성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는 정치적으론 친서방 정책을 펴고 있지만, 북한, 이란, 이라크 등과 더불어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지정한 종교 특별 감시국가 명단에 올라있을 정도로 기독교에 폐쇄적이다. 공식적인 국교가 없는 데다 중동 국가들에 이슬람의 색채도 강하지 않지만 성 소피아 성당을 비롯해 수많은 성당을 모스크나 박물관으로 강제로 개조하고 정교회 신학교를 폐쇄 조치한 것으로 볼 때 국가 정서에 이슬람이 깔려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튀르키예가 종교의 자유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교 포교를 전면 허용하는 건 아니다. 정부의 허가없이 외국 선교사가 튀르키예에 입국해 활동하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 말은 정부가 허가한 종교인 비자를 받은 이들은 합법적으로 교회를 세우고, 선교를 포함한 종교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튀르키예 정부가 최근 이런 합법적인 선교 활동조차 정치적 구실을 붙여 억압하고 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튀르키예를 감시국가 리스트에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튀르키예는 지리적으론 우리나라와 멀지만 6.25 전쟁 때 유엔 참전국 중 세 번째로 많은 전투병을 보내 자유를 위해 피 흘려 싸운 나라라는 점에서 서로 ‘형제의 나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하다. 그런데 그런 애정을 가진 수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튀르키예에서 복음의 빗장을 열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렸으나 기독교인 수는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다.

사도바울의 1~3차 전도여행, 그 복음의 정수가 녹아있는 튀르키예가 오늘날 기독교를 박해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변모한 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혹자는 기독교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와 국민의 거부감을 ‘아무리 태워도 타지 않는 장작’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렇다고 복음의 전진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순 없다. 하나님이 튀르키예를 복음으로 훨훨 불타오르게 하는 날이 반드시 다시 오게 하실 줄 믿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