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성평등’ 조례, 조속한 통과·시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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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본조례에 있는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이 발의됐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된 조례개정안은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시행된다.

국민의 힘 황유정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조례의 명칭이 ‘서울특별시 양성평등 기본조례’인 것에서 보듯이 각 조항에 들어있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황 의원은 “현행 조례의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을 반영해 기본 조례에 충실하도록 재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 ‘성평등 기본조례’는 ‘양성평등기본법’을 모법으로 한 단일조례이다. 그런데도 ‘양성평등’ 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과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 관련 내용 등 구성이 방대하고 복잡해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본조례를 개정하는 취지 또한 이런 복잡한 구조를 정리하려는 데 일차 목적이 있다.

‘성평등’이냐, ‘양성평등’이냐 하는 문제는 표현상의 차이를 넘어 법률·조례 명칭이 갖는 의미를 놓고 논란이 돼왔다. 교계 시민단체는 동성애, 성적 지향을 내포한 ‘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진보성향 단체에선 ‘양성평등’이란 용어가 성적인 다양성을 배제하는 차별적 표현이라며 ‘성평등’을 고수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 등에서는 줄곧 ‘양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의 명칭과 법 조문상 핵심 용어가 ‘양성평등’이기 때문에 관련 정책에서 법률상 정해진 용어를 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되기 3년 전인 2012년에 제정한 ‘성평등 기본조례’를 그대로 따르면서 모법인 ‘양성평등기본법’ 취지와 상충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황 의원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조례의 취지는 ‘양성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차용함으로써, 정책 방향이 동성애 등 사회적 성의 평등까지로 확대돼 시행되는 폐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 박원순 시장 재임시에 서울시 성평등 조례에 따른 법 해석으로 서울시여성발전기금이 LGBT(성 소주자) 시민단체의 활동에 쓰인 사례가 있다.

친 동성애 진영은 서울시의회가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하자 성 소수자를 평등의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례 개정 시도가 성평등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차별적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성 소수자의 인권 존중과 지방정부가 행정을 통해 정책을 시행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법이 사회 현상적 개념인 성평등을 허용한다면 가치가 아닌 현상을 수용하는 것이 돼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 성의 평등을 정의한 ‘성평등’ 용어 사용에 반대해 온 교계 시민단체들은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조례안’ 발의에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는 “‘양성평등’은 남녀라는 생물학적 성의 평등이고 ‘성평등’은 사회적 성인 젠더(Gender)의 평등”이라며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한 조례개정안 발의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가 기본 조례에 들어있는 ‘성평등’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문제는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글자를 더하고 빼는 게 별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그 한 글자에 엄청난 의미가 함축돼 있다. 간단히 말해 ‘양성’은 남과 여를 구분하는 용어이다. 이에 반해 ‘성’은 제3의 성, 즉 성 소수자의 성적 지향, 트렌스젠더 등 사회 현상에서 파생된 성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국민이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거나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용어가 내포한 개념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해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면서도 ‘성평등’의 개념을 오인해 ‘차별금지법’ 등을 지지하는 것으로 바뀌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용어의 구분 못지않게 중요한 게 용어 안에 내재한 의미다. ‘양성평등’은 하나님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신 것에서 출발한다. 자연적이고 생리적인 가치를 기본으로 한다. 반면 사회 현상적인 개념의 ‘성평등’은 그 안에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의도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많은 크리스천이 ‘젠더 이데올로기’가 하나님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것을 거부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것을 부인할 뿐 아니라 생물학적 차이를 거부하고 ‘젠더’ 성 정체성을 개인의 인권에 결부시켜 반대하는 이들을 반인권으로 몰아가고 있다.

교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자 각종 언론이 보수 기독교가 차별·혐오를 정당화하려 한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데 언론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성평등’에 기반한 ‘젠더 이데올로기’에 법이 지배당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의 가치와 도덕은 무너지고 선과 악이 뒤엉키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걸 무조건 보호받아야 할 인권으로 감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시의회의 ‘양성평등’ 조례 개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본 조례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 시행됨으로써 ‘젠더 이데올로기’의 오염으로부터 서울시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