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최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건설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등의 이유로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연되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6월 경제동향'을 통해 "3월의 일시적 생산 둔화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도 이어지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동향에 따르면 4월 전(全)산업생산(0.1%→3.1%)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전월의 부진이 완화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광공업생산(1.0%→6.1%)은 자동차(-9.2%→3.4%)가 반등하고 반도체(22.3%)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으며 서비스업생산(0.9%→2.0%)도 완만한 증가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으로 광공업(-3.0%→2.2%), 서비스업(-1.1%→0.3%), 건설업(-10.2%→5.0%) 생산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산업생산(-2.3%→1.1%)도 증가로 전환됐으나 이는 전월의 감소를 부분적으로 만회하는 수준이다.
제조업은 출하(3.8%)가 반도체(18.6%)와 전자부품(13.0%)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한 가운데, 평균가동률(71.4%→73.5%)이 상승하는 등 전월의 일시적 부진이 완화됐다.
특히 내수 둔화에도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양새다.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와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건설기성도 미미한 증가에 그치는 등 내수 회복세까지는 요원하다.
아울러 기업심리지수도 제조업이 낮은 수준에서 정체된 가운데 내수와 밀접한 비제조업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생산이 수출 호조에 기인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며 경기 부진 완화를 이끄는 모습이다.
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소비 여력이 약화됨에 따라 대다수 품목에서 감소세를 이어가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액(-3.4%→-2.6%)은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1.2% 감소했다.
서비스소비도 전월에 이어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서비스소비와 밀접한 숙박 및 음식점업(-2.4%), 교육서비스업(-1.1%) 생산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다만 여행 수요 확대로 운수 및 창고업(13.1%) 생산은 크게 증가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8.4를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4월 설비투자(-4.5%→-2.3%)는 고금리 기조 등에 기인해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계류 수입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선행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다.
건설투자 역시 2022년 말 이후의 건설수주 부진이 누적되며 둔화 흐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4월 건설기성(불변)은 0.8%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주택인허가와 건설수주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등 선행지표 부진은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봤다.
5월 수출(13.8%→11.7%)은 반도체 등 IT 품목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자동차(7.9%→2.4%)가 일부 생산시설 정비와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폭이 축소됐으나 IT 품목(43.4%→40.8%)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제외한 품목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대(對)미국 수출(21.6%→12.9%)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으며, 대중국 수출(7.5%→5.1%)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시현했다.
반면 수입(5.4%→-2.0%)은 주요 에너지자원의 증가폭(15.8%→3.8%)이 축소된 가운데,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소비재 수입액도 위축되면서 감소로 전환했다.
이와 같이 수출 회복세가 이어진 가운데 수입이 감소로 전환되며 무역수지(15억3000만 달러→49억6000만 달러) 흑자폭이 확대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