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대리적 죽음은 평범한 그리스도인에게 진정한 위로와 확신의 근거가 되어 왔다. 그래서 더 자세히, 더 정확히 알고 싶지만 대리 속죄론에 관한 논의를 균형 있게 다루며 간추린 입문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에 세계적인 신약학자인 저자 사이먼 개더콜 교수(케임브리지 대학교 신약학)는 주해적,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며 바울의 속죄론에 대한 전통적인 대리적 관점을 변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속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신약성경의 가르침을 구약성경과 그리스-로마 문맥에 배치하여 바울의 속죄론을 이해하는 데 대리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저자는 책 속에서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가난하게 하고 우리를 부요하게 하신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가난 속으로 들어오게 하셔서 우리가 처해 있던 가난으로부터 우리를 이끌어 그분의 부요하심에 참여하게 하신 것이다. 고린도후서 5:21 용어로 설명하자면, 후커는 하나님이 죄 없으신 그리스도와 죄 많은 인류를 맞바꾸셨다기보다는 그리스도가 죄가 되셔서 우리를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 존재로 구원하셨다고 지적한다. 후커의 강조점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된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즉 ‘우리가 그리스도와 동일시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가 인간의 상태와 동일시되셨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구약성경에서는 한 사람이 자신의 죄를 위해, 즉 자신의 죄로 인해 죽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끔찍하고 엄중한 율법의 규례를 통해 심판을 받거나, 갑작스럽거나 섭리적인 하나님의 행동을 통해 심판을 받는다. 토라에서 금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죄를 위해 죽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사야 53장에서는 하나님이 다른 사람들의 죄의 결과를 무죄한 개인에게 넘기셔서 그들에게 기적 같은 구원이 대신 일어나는 선례가 나온다. 이 예언과 같이 그리스도는 그들의 죄로 인해 죽으시고 또한 그 죄를 해결하기 위해 죽으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은 대리적 죽음이라는 주제 전체를 근본적으로 뒤집는다. 고전 문헌의 예에서는 먼저 관계가 있는데, 이 관계는 적어도 대리적 죽음을 납득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 준다. 물론 그들의 죽음은 여전히 영웅적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경우에 그분의 죽음은 기존의 철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로마서 5장에서 그리스도의 죽음은 적대감이 있는 곳에서 우정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대리는 속죄에 대한 성경적 그림의 핵심 요소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그렇게 간주되어야 한다.…로마서 5:8에 따르면, 예수님의 대리적 죽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 준다. 고린도전서 15:1-4에서 예수님의 대리적 죽음은 바울이 제시한 복음의 요약이자 ‘가장 중요한’ 복음이다. 예수님의 죽음이 정말 바울 서신에서 대리적 죽음으로 이해된다면, 우리는 대표성과 대리 사이에서 혹은 ‘묵시적’ 해방과 대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무익한 양자택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리와 대표성, 해방의 정확한 관계는 명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세 가지 요소가 바울 사상이나 더 넓은 성서학 안에서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