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가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홈페이지에 ‘목사 후보생 감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는 주제의 글을 게재했다.
정 교수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교단의 주요 신학교들에는 지원자가 몰렸고, 신대원 과정에 입학하려면 재수는 물론 3수, 4수가 기본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정원을 채우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상황이 역전되었다”며 “일부 교단의 경우 서울에 있는 캠퍼스조차 정원 미달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지방 신학교들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목사 후보생이 줄어드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인구학 측면에서 보면,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큰 이유가 된다”며 “최근 우리 사회의 출산율 급감으로 청소년 인구가 줄고 있으므로 대학 지원자 자체가 크게 줄었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특히 학령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입 경쟁도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지방 대학 중에는 폐교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것은 신학교에 진학할 학령 인구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한국 교회가 침체기로 들어선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교회가 부흥 성장하던 시기에는 많은 목회자가 필요했고 목회자 지원자도 꾸준히 증가하였다”며 “그러나 2천 년대 이후에 한국 교회는 성장을 멈추었고, 신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더불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에서 20퍼센트 안팎을 차지하던 개신교 신자 수는 현재 16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들은 계속 늘어서 전체 개신교 신자의 30퍼센트 가까이 되며 그 수는 2백만 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교회에 출석하는 개신교 신자 수는 전체 인구 대비 12퍼센트 남짓”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매우 불안정한 목회자의 경제 현실도 목회자로 지원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만들고 있다”며 “작년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발표한 목회자 월평균 사례비는 216만 원이었다. 22년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330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목회자 평균 사례비는 생계유지에도 벅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 교회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들은 그나마도 목회자 사례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미자립 교회들”이라고 했다.
또한 “대부분의 부교역자들은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회에서 ‘열정 페이’가 문제 되듯이 교계에서는 ‘헌신 페이’가 이슈가 되고 있다. 어렵게 헌신적으로 목회를 하면서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 삶의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교회의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문제의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고 구조적이기 때문에 이를 단숨에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한국 교회가 침체기를 극복하고 다시 부흥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고, 땅에 떨어진 교회의 신뢰도를 당장에 끌어올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높이기는커녕 더 낮아지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먼저 목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소명과 헌신으로만 목회를 하기는 어렵다. 최근 목회자들이 부교역자 사역을 기피하는 이유 역시 목회에 대한 비전 상실과 비현실적인 처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목회자 역시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한국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의 영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하면서 스스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거나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회자가 자신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그러나 단순히 목회자에게 청빈을 강요하기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소수 목회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의 절반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다수 목회자가 처한 현실이다. 교단과 개교회가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회 방식도 성장주의 목회보다는 교회 건강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 교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공신력이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교회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되는 신앙 공동체가 되기를 힘쓸 뿐만 아니라, 교회가 속한 지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로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교회가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지역 사회에서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한다”며 “출산율이 떨어지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이지 않고, 아이를 안심하고 낳아서 키울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것은 모두 공교회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각각의 교회가 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전체 한국 교회가 하나의 공교회로서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서로 협력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양극화와 목회자의 경제 문제를 극복하고 교회 본연의 임무인 사회 안에서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모든 교회가 협력하고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