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혐의 받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폭도 공격 받고 사망

국제
아시아·호주
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Pixabay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기독교인 남성이 열흘 만에 부상으로 사망한 후 현지의 한 교회 지도자가 세계 지도자들에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70대였던 나지르 길 마시(Nazir Gill Masih)는 지난 5월 25일(이하 현지시간) 사르고다(Sargodha)의 무자히드 콜로니(Mujahid Colony)에서 그를 신성모독죄로 비난하는 폭도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가톨릭 단체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은 “마시에 대한 혐의가 의심스럽다”며 “이 나라의 악명 높은 신성모독법을 노골적으로 남용해 파키스탄의 소수 종교인들이 점점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톨릭 주교는 ACN에 “거짓 신성모독 혐의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한 기독교인과 기타 소수민족은 파키스탄에서 결코 안전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 삼손 슈카르딘(Samson Shukardin) 주교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문맹이므로 고의로 신성모독을 저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피해자와 그 가족, 이웃을 위협하는 거짓 혐의와 폭력적인 폭도들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신성모독죄로 부당하게 고발한 사람들에게 징역형을 포함한 형을 선고하는 법안이 도입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은 최고 종신형이나 사형에 처해지며 기독교인과 기타 인권단체들은 이 법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신성모독에 대한 사형 선고는 전통적으로 법원에 의해 번복되었지만 항소 절차는 종종 수년 동안 지속되며 그 기간 동안 피고인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 석방된 후에도 그들은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살해될 위험이 있다.

슈카르딘 주교는 “지난해 펀자브 자란왈라 지역에서 당국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신성모독 관련 폭력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무고한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성모독법을 무기화하는 일이 더욱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진지하게 소수자, 특히 펀자브의 주요 소수자인 기독교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때까지 신성모독법의 오용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에 반하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생명과 가족의 생명을 보호해 달라고 요구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의 압력이야말로 파키스탄이 기독교인과 기타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의 증가를 종식시키기 위해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발생했는지 보면 이러한 사건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거짓 신성모독 혐의를 받고 있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에게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CLAAS-UK의 나시르 사이드 이사는 “마시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야만적인 행위는 신성모독법 오용으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강조하고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라며 “인권 운동가로서 이러한 무의미한 인명 손실과 그에 따른 폭력으로 인해 깊은 괴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파키스탄 정부는 앞으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나지르 마시의 죽음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파키스탄 정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