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의 홍수 피해를 당한 아동과 가족을 위해 인도적지원을 시작한다고 31일(금)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10만 달러, 한화로 약 1억 3천 7백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서 내린 국지성 폭우와 홍수로 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채의 가옥과 농경지가 토사에 파묻히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극심한 발간 지역에서는 3,100채 이상의 주택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도로가 끊기면서 일부 지역은 접근이 불가해 피해 현황조차 확인할 수 없는 곳이 4곳에 달한다. 현재 구조 작업이 계속됨에 따라 피해 현황이 실시간으로 심화되고 있다. 홍수로 농작물 피해와 가축 폐사가 이어지면서 식량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으며, 위생 시설 등 필수기반시설이 파괴되는 탓에 전방위 적인 피해가 속출했다.
올 초부터 아프가니스탄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해 산간 지방의 눈이 빠르게 녹으면서 홍수 취약 지역에 위기가 예상됐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의하면 3월부터 총 다섯 차례 이어진 홍수로 아프가니스탄 34개 지역 중 28곳이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는 600명 이상이며 가옥 1만 2천여 채가 파괴됐다. 아프가니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은 잇따른 홍수로 파리아브, 바글란, 낭가하르, 쿠나르, 타하르, 사리풀, 칸다하르, 자우즈잔, 발크 지역에서 피해를 당한 인구가 58만 1,116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분쟁, 기후변화, 경제위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곤율을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전체 아동 인구 10명 중 3명에 해당하는 650만 명 가량이 위기 혹은 긴급한 수준의 기아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에서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 최근 발생한 홍수와 지속된 가뭄, 파키스탄의 아프간 난민 송환 문제 등이 겹친 탓이다.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PC)는 올해 10월 전까지 아프간 인구의 28%에 달하는 1,240만 명이 급성 식량 부족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돌발성 홍수 피해 생존자인 피오르자(12세, 가명)은 폭우가 내리던 당시를 회상하며, “천둥 소리가 들리고 난 뒤 언덕 아래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만약에 집 안으로 들어갔더라면 홍수에 휘말렸을 것이다. 제 동생이 몇 걸음 옆에 서있어서 계속해서 크게 불렀는데 듣지 못했다. 결국 다른 두 아이와 같이 홍수에 휩쓸려갔다”며 “이제 이 곳에는 남은 것이 없다. 정부는 우리한테 빵과 비스킷만 줄 뿐이다. 홍수에 물탱크가 떠내려가서 물도 없다. 지난 2~3년 간은 물 부족으로 농사가 잘 안됐다. 모든 것이 비싸지면서 음식을 구하기 어려워 굶주리게 됐다. 우리 아빠는 직업도 없고 연세도 많다. 푸르던 마을이 홍수로 망가진 걸 보면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소리지르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더”라며 고통을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장 아샤드 말릭은 “파괴적인 홍수가 아동에게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질병 발생 등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깨끗한 물과 보건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금자리를 한 번에 잃은 아동을 위한 장기적인 정신 건강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아프간 주민의 80%는 소득을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 홍수로 황폐화된 농지는 빠른 복구가 어렵고 기후위기의 영향은 계속 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국제사회는 공동체로서 지원을 통해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의 피해를 함께 해결하고 기상 이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