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CCK의 선택적 ‘오픈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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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신앙직제협)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기독교와 천주교 간의 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앙직제협은 이후 봉사와 섬김, 신앙적 친교, 선교협력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신앙직제협은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연대를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함께 만든 협의기구다. 기독교와 천주교가 지난 1960년대 중반에 성경 공동번역을 함께하면서 교류의 물꼬를 튼 후 번갈아 가며 일치기도회를 열어오던 중에 10년 전인 지난 2014년에 가시적인 협의체로 출범했다.

1517년 종교개혁 이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종교 간의 대화 필요성은 18세기 들어 갈라진 두 종교 사이에 그리스도인 일치에 대한 기도와 관심이 증대되고, 1908년 폴 왓슨 신부가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함께 지키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그 후 1968년부터 NCCK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일치기도주간’을 함께 지키며 기도회를 드려왔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독교와 천주교 간의 만남엔 ‘그리스도인의 일치’라는 공통 과제가 들어있다. 역사를 되돌리기보다는 두 종교가 서로를 이해하고 친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앙직제협이 지난 10년 동안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와 포럼을 열고 신학위원회와 신학생 교류모임,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 평신도 간 교류를 확대하는 등 일치 운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앙직제협이 내세우는 목표인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한국교회 안에 일치 연합운동이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성에서 차이가 있다. 그건 이 운동이 NCCK에 가입한 소수의 교단 외에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데다 회원 교단에서도 적극적인 참여하기보다 하나의 상징적인 운동 정도로 취급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의 신앙직제협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그 모델이다. WCC 산하의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1948년 WCC 창립과 동시에 일치 기도 주간을 주관하며, 1966년부터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일치부)’와 함께 이 사업을 공식 추진해왔다. 그 중심 가치와 운영 방식까지 모두 신앙직제협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와 천주교는 종교개혁 이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런 만큼 두 종교 간에 대화를 통한 일치 모색의 여정도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대화와 교류의 끈을 이어온 신앙직제협 출범 10주년은 에큐메니칼 관점에서 평가될 부분이지만 한국교회 평균적인 눈높이에서 볼 때 여전히 한국교회의 정서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그 부분은 100년 역사의 NCCK가 직시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일 것이다.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운동을 선도해온 교회연합기관으로서 이처럼 넓은 보폭을 가진 NCCK가 왜 한국교회 안에서는 갈수록 보폭을 좁히려 하는지 의문이다. 천주교와도 대화하며 신학적 교류의 폭을 넓혀 온 NCCK가 한국교회, 특히 보수진영에 대해 여전히 높은 담을 쌓는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2024 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 교단장회의가 주축이 된 한교총 주관 행사였지만 NCCK와 한기총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모처럼 진보 보수가 함께 드리는 예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NCCK는 내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자 실행위원회를 열어 불참을 결정했다.

NCCK의 부활절연합예배 불참은 예배 장소인 명성교회가 부자세습을 단행한 교회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숱한 논란 끝에 교단 내부에서 매듭이 지어진 사안을 NCCK가 문제 삼았다는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NCCK 회원교단인 예장 통합을 배려하기보다 도리어 상처를 입힌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 안에는 무수한 교단이 있다. 교파가 다르고 교단의 배경이 다르지만, 신학적인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라는 연결고리다.

지난 22일 신앙직제협 10주년 일치포럼 자리에서 NCCK 총무 김종생 목사가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비록 나뉘었지만 나뉘어지지 않은 한 분 주님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 우리들은 다시 한번 나뉨, 분열, 갈등 속에서 하나 되어진 주님을 만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NCCK가 천주교에 취하는 관용적 자세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런 ‘오픈 마인드’가 한국교회 특히 보수진영에도 적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선택적인지 NCCK 회원 교단과 구성원 모두에게 묻고 싶을 뿐이다.